선운사 - 안상학 선운사 - 안상학 세상 살면서 한 곳쯤은 그리워하면서 살아야지 한 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내 이미 사랑을 품은 그런 한 곳쯤은 그리워하면서 사는 것도 괜찮지 꽃이라고 해서 다 피기만 하는 것은 아니잖아 그래, 세상 살면서 한 사람쯤은 그리워해야지 내 아직 한 번이라도 만나 꽃물 들.. 한줄 詩 2013.06.04
상가에 모인 구두들 - 유홍준 상가에 모인 구두들 - 유홍준 저녁 喪家(상가)에 구두들이 모인다 아무리 단정히 벗어놓아도 문상을 하고 나면 흐트러져 있는 신발들 젠장, 구두가 구두를 짓밟는 게 삶이다 밟히지 않는 건 亡者의 신발뿐이다 정리가 되지 않는 상가의 구두들이여 저건 네 구두고 저건 네 슬리퍼야 돼지.. 한줄 詩 2013.06.01
어느 날, 우울한 다짐 - 강윤후 어느 날, 우울한 다짐 - 강윤후 2월의 끝, 그것은 겨울의 끝인가 오래 잊었던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오고 나는 창문을 연다 안짱다리처럼 어기적어기적 내리는 비가 파리한 나뭇가지를 유심히 진맥하고 나는 묵은 유행가 한 자락을 들추며 고작 담배나 피운다, 얕은 처마 아래로 아직 젖.. 한줄 詩 2013.05.16
산수유꽃 피기 전 - 강인한 산수유꽃 피기 전 - 강인한 산수유꽃 피기 전 해야 할 일 못다한 것이 바람 속에 왜 이제사 생각나는지 아프다 아픔을 견디다 견디다 혼자 눈떠보는 밤이 있다 어떤 나무의 죽은 가지에 새 속잎이 돋는 걸까 아프게 아프게 연초록의 어린 사랑이 피어나는 걸까 오래 잊었던 일 새록새록 죄.. 한줄 詩 2013.05.05
별빛, 저 환한 눈물 한 점 - 주용일 별빛, 저 환한 눈물 한 점 - 주용일 별이 밤마다 반짝이는 것은 아득한 세월 우주를 떠돌던 외로움 때문이다 그대에게 닿고 싶었던 간절한 마음 한 줌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신공양 제 몸에 불 질러 한사코 빛 뿌리고 있는 것이다 별이 어둠 속에서 제 몸 사루고 남은 외로움이 둥글고 .. 한줄 詩 2013.04.06
언제나 영화처럼 - 윤성택 언제나 영화처럼 - 윤성택 기차가 필름처럼 레일을 지난다 어떤 환등의 불빛이 그 안에 들어 있는지 차창으로 이어진 장면 장면이 풀려지는 릴만 같아서 결말을 알 수 없는 예고편처럼 종착역이 궁금해진다 건널목 차단기가 액션으로 올라가고 갓길 트럭 앞유리는 달빛을 받아 비춘다 저.. 한줄 詩 2013.03.28
아웃사이더 감별하기 - 이희중 아웃사이더 감별하기 - 이희중 잘 나가는 폴 메카트니나 존 레넌보다는 그들이 불쌍해 마지않던 음울한 조지 해리슨, 또는 못난 링고 스타를 더 좋아한 사람 해바라기의 보스 이주호보다는 그의 마음에 따라 자주 교체되던 짝궁한테 더 눈길이 가던 사람 비틀즈나 해바라기보다, 우연히 .. 한줄 詩 2013.03.25
엑스트라 - 정해종 엑스트라 - 정해종 그냥 지나가야 한다 말 걸지 말고 뒤돌아보지 말고 모든 필연을 우연으로 가장해야 한다 누군가 지나간 것 같지만 누구였던가에 관심 두지 않도록 슬쩍 지나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그 누구의 기억에도 남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냥 죽어야 한다 경우엔 따라선 몇 번.. 한줄 詩 2013.03.23
망가지는 것들에 대한 생각 - 김형출 망가지는 것들에 대한 생각 - 김형출 삐꺽삐꺽, 딸각딸각 마디 꺾이는 소리가 손가락 끄트머리에서 난다 뼈마디는 굳은살처럼 딱딱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내 나이테를 닮은 나잇살 단단하게 조립된 뼈의 반란은 오래전부터 자라나고 있었다 세월은 몰캉한 병장기로 목뼈를 꺾고 있다 .. 한줄 詩 2013.03.16
혁명은 거기까지 - 박노해 혁명은 거기까지 - 박노해 레닌이 그랬다 막대기가 오른쪽으로 기울었으면 혁명은 반대쪽으로 확 기울여야 한다고 삶은 죽은 막대기가 아니다 사회는 죽은 말뚝이 아니다 인간은 살아 있는 나무이다 오른쪽으로 기울어 죽어가는 나무를 왼쪽으로 단숨에 잡아당겨 세우면 인간은, 사회는.. 한줄 詩 2013.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