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에 가까운 사랑을 미루면 어떤가 - 황학주 우연에 가까운 사랑을 미루면 어떤가 - 황학주 한쪽으로 도는 물 속에 뽀얀 잎사귀 하나만 잠겨 있는 저녁 하늘 아주 아주 얇은 파문이 하나 저렇게 우연이라는 테를 두르고 가듯이 사랑은 사랑에게만 전해져 오는 이야기를 옮기는 중 사랑에 대해서는 다 몰라야 한다는 걸 알고도 사람들.. 한줄 詩 2013.01.29
아주 넓은 등이 있어 - 이병률 아주 넓은 등이 있어 - 이병률 종이를 잘 다루는 사람이고 싶다가 나무를 잘 다루는 사람이고 싶다가 한때는 돌을 잘 다루는 이 되고도 싶었는데 이젠 다 집어치우고 아주 넓은 등 하나를 가져 달(月)도 착란도 내려놓고 기대봤으면 아주 넓고 얼얼한 등이 있어 가끔은 사원처럼 뒤돌아봐.. 한줄 詩 2013.01.29
소 떼 울음소리 뒤의 저녁노을 - 서상만 소 떼 울음소리 뒤의 저녁노을 - 서상만 덩구덩 북소리가 섞여 있다, 가죽회초리에 뚜들겨 맞아 게거품 물고 바다는 미쳐서 갈기갈기 제 옷을 찢어발겨 흔든다 한 무리 눈알 부릅뜬 소 떼 울고 간 저녁바다 물결 위에 시뻘건 노을이 엎질러져 뉘엿댄다 수 만 번 불러도 말 못하는 것이 되.. 한줄 詩 2013.01.29
중년행(中年行) - 강인한 中年行(중년행) - 강인한 만 서른 다섯 살의 한여름에 나는 射線(사선)을 떠난다. 일렬 횡대로 늘어서서 마지막으로 빈총을 쏘아 보고 빈총에 맞아 비틀거리는 내 청춘을 돌아본다. 내 손에 묻은 화약 냄새가 엷어지며 질긴 명령 복종의 능선도 끝나고 슬그머니 귀순하는 저녁놀을 본다. .. 한줄 詩 2013.01.27
똥패 - 박이화 똥패 - 박이화 화투라면 꾼 중의 꾼이었던 나도 다 늦게 배운 고도리 판에서는 판판이 깨어지고 박살납니다. 육백시절의 그 울긋불긋한 꽃놀이 패를 그러나 고도리 판에서는 만년 똥패를 미련 없이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늘상 막판에 피박을 쓰기 때문이지요. 그러니까 나는 .. 한줄 詩 2013.01.26
개에게 인생을 이야기 하다 - 정호승 개에게 인생을 이야기 하다 - 정호승 젊을 때는 산을 바라보고 나이가 들면 사막을 바라보라 더이상 슬픈 눈으로 과거를 바라보지 말고 과거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웃으면서 걸어가라 인생은 언제 어느 순간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오늘을 어머니를 땅에 묻은 날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 한줄 詩 2013.01.20
바람의 말 - 마종기 바람의 말 -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릴 거.. 한줄 詩 2013.01.16
손가락 끝에 박힌 눈 - 손병걸 손가락 끝에 박힌 눈 - 손병걸 깨진 유리컵에 베인 손가락 점자책을 더듬을 때 아파서 며칠째 한 페이지도 넘어가지 못한 내 손가락 끝에 박힌 눈 본 적 있다 이맘때쯤, 그 봄날 베인 상처를 파고드는 소독약에 자르르 퍼지는 통증처럼 한나절 봄비 내린 후 대지에 돋아나던 새싹들 그 푸.. 한줄 詩 2013.01.16
간신히 봄은 온다 - 이기와 간신히 봄은 온다 - 이기와 ―영자야 4 봄으로 가는 대로(大路)가 붐벼 영등포 샛길로 접어들다 우연히 보았다 한파의 고비 지나 다시 마주친, 두 번 다시 꼴도 보기 싫은 과거에 물린 너, 아니 나 텍사스촌 어딘가에서 도매금으로 넘어온 피기도 전에 말라버린 쬐그만 꽃송이들 유리벽 안.. 한줄 詩 2013.01.15
쓸쓸해서 머나먼 - 최승자 쓸쓸해서 머나먼 - 최승자 먼 세계 이 세계 산천갑자동방삭이 살던 세계 먼 데 갔다 이리 오는 세계 짬이 나면 다시 가보는 세계 먼 세계 이 세계 산천갑자동방삭이 살던 세계 그 세계 속에서 노자가 살았고 장자가 살았고 예수가 살았고 오늘도 비 내리고 눈 내리고 먼 세계 이 세계 (저기.. 한줄 詩 2013.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