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가 투명해질 때까지 - 이원규 뼈가 투명해질 때까지 - 이원규 말복의 지리산 해발 900미터 하늘 아래 첫 동네 가까이 나만의 비밀 계곡에 들어가 겨울 신갈나무처럼 훌훌 옷을 벗고 가랑이 사이 산바람이 지나는 거풍을 한다 찬물에 식은 밥을 말듯이 목욕재계를 하고는 바짝 달아오른 마당바위에 드러누우니 물소리, .. 한줄 詩 2015.08.16
꽃피는 봄날에 더 참담하게 만나자 - 오민석 꽃피는 봄날에 더 참담하게 만나자 - 오민석 누구는 절반의 희망과 절반의 절망을 말하지만 지금 할 일은 참혹한 시간 속으로 더 들어가는 것 애인들은 등을 돌리고 꽃들은 마침내 졌다 지금 할 일은 믿음, 희망, 미래, 이런 단어들을 잠시 버리는 것 더 혹독하게 살의 냄새를 맡는 것 유령.. 한줄 詩 2015.08.16
당신을 향해 피는 꽃 - 박남준 당신을 향해 피는 꽃 - 박남준 능소화를 볼 때마다 생각난다 다시 나는 능소화, 하고 불러본다 두 눈에 가물거리며 어떤 여자가 불려 나온다 누구였지 누구였더라 한번도 본 적 없는 아니 늘 담장 밖으로 고개를 내밀던 여자가 나타났다 혼자서는 일어설 수 없어 나무에, 돌담에 몸 기대어.. 한줄 詩 2015.08.09
열애의 나날 - 김경미 열애의 나날 - 김경미 휘어진 영혼은 아프다. 아니 아프다 못해 처음 와 닿는 새벽 빛처럼 시큼시큼 가슴이 저리다. 스쳐 지나가는 버스 차창에서, 건물에 반사되는 어스름 저녁, 역광 속에서 문득 문득 생각나는 상처 받은 영혼들,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니고 현재도 아닌 몇 겹의 어두.. 한줄 詩 2015.07.27
우리 처음처럼 - 김수열 우리 처음처럼 - 김수열 꽃이 진 자리에 꽃은 피지 않는 것인가 그대 한 떨기 통꽃으로 진 그 자리엔 스산한 바람 그리고 바람 더불어 꽃이 되자던 그래서 한아름 꽃무리 이루자던 칼날 선 언약들은 세 치 혀끝에서 흩어져 사라지고 더러는 어쩔 수 없어 길을 떠났다 마침내 꽃이 되어 그.. 한줄 詩 2015.07.24
종점을 기다린다 - 황학주 종점을 기다린다 - 황학주 종점을 기다린다 흰 우산살을 펴며 비가 쉬지 않고 새드는 가게 처마 밑 물받이가 비벼서 내려 보내는 빗방울 뭐라고 하나 빗소리 불 꺼진 창만 골라 사납게 뛰어들 때 허리띠를 풀면 내려가는 바지처럼 눈이 풀어지면 스르르 종점에 닿으련만 버스가 오지 않는.. 한줄 詩 2015.07.07
장마 - 안상학 장마 - 안상학 세상 살기 힘든 날 비조차 사람 마음 긁는 날 강가에 나가 강물 위에 내리는 빗방울 보면 저렇게 살아 갈 수 없을까 저렇게 살다 갈 수 없을까 이 땅에 젖어들지 않고 젖어들어 음습한 삶내에 찌들지 않고 흔적도 없이 강물에 젖어 흘러 가버렸으면 좋지 않을까 저 강물 위에.. 한줄 詩 2015.07.05
너무 아픈 사랑 - 류근 너무 아픈 사랑 - 류근 동백장 모텔에서 나와 뼈다귀 해장국집에서 소주잔에 낀 기름때 경건히 닦고 있는 내게 여자가 결심한 듯 말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 라는 말 알아요? 그 유행가 가사 이제 믿기로 했어요. 믿는 자에게 기쁨이 있고 천국이 있을 테지만 여자여, 너무 .. 한줄 詩 2015.07.05
장마 첫날 - 김인자 장마 첫날 - 김인자 비가 추억추억 하고 내린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추억에 안절부절 못하던 나는 주전자에 끓인 물 또 끓이면서 더 늦기 전에 이 놈의 짝사랑 고백해야 하나 하다가 살다보면 닿을 수 없어서 더욱 간절한 것도 있는 법이지 하다가 남새밭에 애꿎은 고추꽃만 와르르 .. 한줄 詩 2015.07.03
비 내리는 오후 세 시 - 박제영 비 내리는 오후 세 시 - 박제영 그리움이란 마음 한 켠이 새고 있다는 것이니 빗속에 누군가 그립다면 마음 한 둑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니 비가 내린다, 그대 부디, 조심하기를 심하게 젖으면, 젖어들면, 허물어지는 법이니 비 내리는 오후 세 시 마침내 무너진 당신, 견인되고 있는 당신.. 한줄 詩 2015.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