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여수 구항(舊港)에서 - 황동규

여수 구항(舊港)에서 - 황동규 늦겨울 어둑어둑 무렵 횟집 '삼학' 가파른 층계 이층에 올라가 창가에 앉아 술상 기다리며 밖을 내다보니 나도 모르게 어떤 모진 외로움 속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초저녁인데도 불빛은 새 항구로 가고 없고 깃발 흔들던 바람도 가고 없고 불을 채 못 끈 배 한 척이 부두 한편에 매달려 있었다. 사내아이 하나가 서툰 자전거를 몰고 가로등 불빛 속으로 들어와 핸들에서 두 손을 떼고 아슬아슬 축대 가장자리를 스쳐 불빛 밖으로 사라졌다. 혼자술로는 더 늘일 수도 줄일 수도 없는 형상! 이 밤은 별나게 깊어갈 것이다. *시집, 꽃의 고요, 문학과지성 겨울 저녁, 서산에서 - 황동규 어른대던 사람들 둑에서 내려가고 한참 만에 사람 하나가 새로 올라간다. 하늘과 땅을 가르고 있던 금 천천히 ..

한줄 詩 2016.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