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역에 걸린 생각 - 최대희 오류역에 걸린 생각 - 최대희 반성은 실패의 피뢰침인가, 그땐 그 결정이 차선이 아닌 최선이었다는 많이 고민하고 결정하였다는 주사위를 던져 결정하듯 쉽게 선택하지 않았다는 한때 밤꽃 향기에 취해 밤톨 떨어지듯 툭툭 아이도 낳았는데 끝내 하나로 손잡지 못하고 세포 분열하듯 당.. 한줄 詩 2015.12.27
어중간한 나이에 서다 - 김수열 어중간한 나이에 서다 - 김수열 종합 검진 받으러 와서 의사와 마주 앉는다 "술 하세요?" "........예" "많이 하세요?" "........" "담배 피우세요?" "........예" "많이 피우세요?" "........" "운동 하세요?" "......예, 조금" "규칙적으로 하세요?" "........" 책상 모서리만 바라보다가 나가보세요, 하는 소리.. 한줄 詩 2015.12.27
저 별빛 - 강연호 저 별빛 - 강연호 그리움도 버릇이다 치통처럼 깨어나는 밤 욱신거리는 한밤중에 너에게 쓰는 편지는 필경 지친다 더 이상 감추어둔 패가 없어 자리 털고 일어선 노름꾼처럼 막막히 오줌을 누면 내 삶도 이렇게 방뇨되어 어디론가 흘러갈 만큼만 흐를 것이다 흐르다 말라붙을 것이다 덕.. 한줄 詩 2015.12.18
산다는 것은 누구를 사랑하는 일 - 이기철 산다는 것은 누구를 사랑하는 일 - 이기철 누군가를 기다리다 잠드는 사람 있을 듯하다 그의 눈시울이 조금 젖었을 것이다 창을 두드리는 소리에 반가워 고개를 들면 나뭇가지가 유리창에 편지를 쓰고 낮에 익힌 말들을 잊지 않으려고 잠들기 전에 새들이 잠꼬대를 한다 낙엽이 창을 두.. 한줄 詩 2015.12.15
젖이라는 이름의 좆 - 김민정 젖이라는 이름의 좆 - 김민정 네게 좆이 있다면 내겐 젖이 있다 그러니 과시하지 마라 유치하다면 시작은 다 너로부터 비롯함일지니 어쨌거나 우리 쥐면 한 손이라는 공통점 어쨌거나 우리 빨면 한 입이라는 공통점 어쨌거나 우리 썰면 한 접시라는 공통점 (아, 난 유방암으로 한쪽 가슴.. 한줄 詩 2015.12.15
벌써, 라는 엊그제 한 말 - 김형출 벌써, 라는 엊그제 한 말 - 김형출 벌써 잊었는가? 벌써, 라는 엊그제 한 말 세월도 농익으면 서럽고 슬픈 법 달력 안에 숫자 몇 톨 털어내는가 아쉬움도 사무치면 그리움인가 내 주변을 방황하는 케케묵은 냄새들 아쉬운 이름들 그립다 기다림인가? 날마다 이별이고 만남인데 어디 마지막.. 한줄 詩 2015.12.14
내 마음의 쿠데타 - 정해종 내 마음의 쿠데타 - 정해종 한 나라의 역사가 불미스러운 사건들과 그 후유증의 연속이었으므로 역사로부터 먼 곳을 배회했고, 배회하면서 사랑 운운하지 않은 게 정말 다행스럽다 그대들과, 진정 그대들과 더불어 행복하기를 원했으므로 내 삶을 그대들 쪽으로 가져 가고 싶었다 적당히.. 한줄 詩 2015.12.14
먼 것들이 선명하다 - 김추인 먼 것들이 선명하다 - 김추인 그곳을 기억한다 어둠 몇 무서움 몇 기괴함 몇 그런 비밀스런 구석들을 가지고 있던 유년의 창고를 금 간 흙벽 틈새로 빛살 들어와 해살치고 먼지 알갱이들 빛살치며 부유하던 그곳을 할머니 엉덩이에 꼭 맞았을 사기요강이며 끄름 앉고 침침한 할아버지의 .. 한줄 詩 2015.11.30
이유가 있었다 - 신광철 이유가 있었다 - 신광철 옛날 어렸을 적에 술을 담그고 남은 술지거미를 사다가 물을 조금 넣고 끓여 먹으면 감주처럼 달착지근한 맛과 함께 어린 나이에도 그 묘한 술맛이 느껴진다 많이 먹으면 취한다 배고파 먹은 것으로 취하는 그 기분을 아는가 우리들의 어린 시절은 그렇게 술을 배.. 한줄 詩 2015.11.30
살고 싶다 - 이창숙 살고 싶다 - 이창숙 겨우 몇 잎만을 달고 있는 이름 없는 덩굴나무가 창의 공중을 붙잡고 자꾸만 손을 뻗는다 너의 손목에 멈추는 내 눈길이 오늘은 나도 두려워져 지난번 너의 손목에서 흐르는 하얀 핏물을 보고 끔찍하게 내 눈을 아리게 했던 한 뼘만 오르면 커튼자락을 붙잡을 수 있는.. 한줄 詩 2015.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