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안부 - 황지우

마루안 2016. 1. 9. 09:40



안부1 - 황지우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어머님 문부터 열어본다.
어렸을 적에도 눈뜨자마자
엄니 코에 귀를 대보고 안도하곤 했었지만,
살았는지 죽었는지 아침마다 살며시 열어보는 문;
이 조마조마한 문지방에서
사랑은 도대체 어디까지 필사적인가?
당신은 똥싼 옷을 서랍장에 숨겨놓고
자신에서 아직 떠나지 않고 있는
생을 부끄러워하고 계셨다.
나를 이 세상에 밀어놓은 당신의 밑을
샤워기로 뿌려 씻긴 다음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빗겨드리니까
왠 꼬마 계집아이가 콧물 흘리며
얌전하게 보료 위에 앉아 계신다.
그 가벼움에 대해선 우리 말하지 말자.



*시집,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문학과지정








안부 2 - 황지우



안녕하신지요, 또 한 해 갑니다
일몰의 동작대교 난간에 서서
금빛 강을 널널하게 바라봅니다
서쪽으로 가는 도도한 물은
좀더 이곳에 머물렀다 가고 싶은 듯
한 자락 터키 카펫 같은
스스로 발광하는 수면을
남겨두고 가데요
그 빛, 찡그린 그대 실눈에
대조해 보았으면, 했습니다


마추피추로 들어가는 지난번 엽서,
이제야 받았습니다
숨쉬는 것마저 힘든
그 공중국가에 제 생애도
얼마간 걸쳐놓으면 다시
살고 싶은 마음 나겠지요마는


연말연시 피하여 어디 쓸쓸한 곳에 가서
하냥 멍하니, 있고 싶어요
머리 갸우뚱하고 물밑을 내려다보는
게으른 새처럼
의아하게 제 삶을 흘러가게 하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