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얼마나 낯설어야 별이 될까 - 김익진

얼마나 낯설어야 별이 될까 - 김익진 얼마나 멀리 가야 별이 될까 얼마나 멀리 가 있어야 별이 될까 얼마나 큰 이별을 해야 얼마나 긴 세월을 뒤돌아가야 별이 될까 살아가는 것일까 함께 죽어가는 것일까 너를 쫓아가며, 나는 죽어간다 차디찬 냉기 속에 얼마나 낯설어야 별이 될까 *시집/ 기하학적 고독/ 문학의전당 그때가 오면 - 김익진 별은 생을 조용히 마감하지 않는다. 온힘을 다한 후, 초신성으로 잠시 은하 속 별지에 머물지만, 결국 수백억 개의 별보다 장열하게 산화한다 태양도 칠십억 년 후쯤에 적색거성이 되어 껍데기가 날아갈 것이다 중심은 수축하여 백색외성이 된다. 그때가 오면 지구는 태양으로 빨려들던가, 껍데기와 함께 날아갈 것이다. 하늘에 가로등 하나가 꺼지고, 푸른 행성이란 공동묘지와 터미널은 폐쇄..

한줄 詩 2017.12.19

내 일요일의 장례식 - 이병률

내 일요일의 장례식 - 이병률 나의 일일 것이므로 나는 그것이 얼마만큼의 비극인지 모른다 달과 함께 묻힐 거라면 달은 어쩌면 내가 낳은 아이일수도 있지 않겠는가 어쩌면 내가 잠궈 내다버린 트렁크일 수도 하여 문득 나를 깨운 공기일지도 모르지 않겠는가 내가 병을 이기지 못하여 어두운 거리를 기웃거리다 만난 아픈 이마일 수도 엊저녁부터 늦은 밤 사이 나를 관통한 현실일 수도 있어서 나는 누운 나를 애써 모른 체하고 내 온몸의 동굴 속을 빠져나가는 황량한 바람만을 생각하면 그뿐 그리하여 일생의 사랑은 선전될 것이나 나에 의해 원활하게나마 수거되기도 할 것이다 칠일을 다 살았다면 더 캄캄해도 아무 상관없지 않겠는가 한시절을 접고 장례식을 빠져나온 나는 관음증에 시달리지 않겠는가 구멍 속을 빠져나와 바람의 기운들..

한줄 詩 2017.12.19

그대에게 닿는 허기 - 임곤택

그대에게 닿는 허기 - 임곤택 그대 담장의 그늘 아래 발을 찔러 넣는다 확인하고 싶은 사랑이 있다 더 자라지 않았고 자라고 싶지 않았다 어느 불멸의 손버릇이 내 몸을 버스에 태우고 가방을 들어 올리고 시계를 보게 한다 아침이 다시 아침이 되는 일의 어려움 길의 조각들이 덜컥덜컥 귀를 모은다 시큼한 웃음소리로 닫힌 대문들이 차려놓은 허기를 우리 즐거이 받았으나 아기를 품에 안은 여자와 그녀의 늙은 애미가 느릿느릿 눈앞을 지난다 당신이 몇 개의 지붕을 허물었는지 몇 알의 곡식을 거두었는지 모르고 사랑할 수 있다 당신이 지어준 죄를 갖고 나는 태어났다 당신을 닮은 들판과 들판의 소나무를 닮는 일 나는 서두른다 허공의 거대한 활을 보았으므로 당신으로부터 낱낱이 적중하는 나는 광기 들린 나뭇잎 하나의 몸으로 어떻..

한줄 詩 2017.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