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폐차 - 서영택

폐차 - 서영택 공터에 누가 세워 놓았을까 웅크리고 앉은 자동차가 멈춰 있다 나사가 빠진 검은 폐타이어 어둠 속 물컹한 아, 죽음의 혓자국들 헐렁해진 늙은 몸이 앞만 보고 달려가 바람 빠진 맨살이 닳고 닳았다 제 몸의 헐거움을 보고 있을까 저승도 돈 없으면 못 가는 세상 산자락 외곽 산 밑 폐차 살이가 벌써 저승을 갔을 몸인데 자동차세가 밀려서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지 못했다 살아있는 명부가 구천이 아닌 구청에서 떠돈다 *시집, 현동 381번지, 한국문연 아름다운 불륜의 사회 - 서영택 1 키가 작고 못생긴 나는 늘 왕따였다 가방끈이 짧아 취직도 못했고 운전 기술을 배워 택시 운전으로 먹고 살았다 시간마다 뒷좌석에 손님들이 바뀌는 동안 흥분한 손님들의 고성이 들렸다 사회 부조리와 썩은 제도를 푸념처럼 늘어 ..

한줄 詩 2018.01.05

섣달그믐 - 허림

섣달그믐 - 허림 안방 가득 속청태 쏟아놓고 콩을 고르는데 뜬금없이 어머이가 묻는다 얘야, 니가 올해 몇이냐 몇이냐고 묻는 사이 한 해가 갔다 *시집, 말 주머니, 북인 절 - 허림 아들 딸 구별 않고 애 들어스는 대로 아홉을 낳았다는 문경댁 열아훕에 시집 와 잠자리에 들어 낳기 시작했다는데 큰애가 예순 둘이니 더러는 두 살 터울이거나 연년생의 새끼들인데 정말 똥강아지처럼 싸우고 볶고 지지고 난리치다가도 밥상머리에선 죽기 살기로 들이밀고 눈물 찔찔 흘리며 학교 보내달라는 애를 눈 꽉 감고 알아서 벌어먹으라고 지게작대기로 후둘궈 내쳤다는데 한 녀석은 서울서 내려간다 하고 한 녀석은 대전서 출발해 충주 사는 즈 누이랑 같이 간다 하고 한 녀석은 즈 오래비랑 울산서 고속도로에 올렸다 하며 눈물덩이 절름발이 녀..

한줄 詩 2017.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