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놓았거나 놓쳤거나 - 천양희

놓았거나 놓쳤거나 - 천양희 내가 속해 있는 대낮의 시간 한밤의 시간보다 어두울 때가 있다 어떤 날은 어안이 벙벙한 어처구니가 되고 어떤 날은 너무 많은 나를 삼켜 배부를 때도 있다 나는 때때로 편재해 있고 나는 때때로 부재해 있다 세상에 확실한 무엇이 있다고 믿는 것만큼 확실한 오류는 없다고 생각한 지 오래다 불꽃도 타오를 때 불의 꽃이라서 지나가는 빗소리에 깨는 일이 잦다 고독이란 비를 바라보며 씹는 생각인가 결혼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이혼에 성공한 것이라던 어느 여성 작가의 당당한 말이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고 내게 중얼거린다 삶은 고질병이 아니라 고칠병이란 생각이 든다 절대로 잘못한 적 없는 사람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사람뿐이다 언제부터였나 시간의 넝쿨이 나이의 담을 넘고 있다 누군가가 되..

한줄 詩 2017.12.09

가라, 우울한 사랑이여 - 김이하

가라, 우울한 사랑이여 - 김이하 가라, 사랑이여 너를 사랑했다고 말한 것은 거짓이었다 슬프고 우울한 밤을 지샌 어둠 속에서 팽나무 뒤로 하고 너를 돌아보는 새벽 거짓이었다 사랑한다 말했던 것은 내 안에 가득 고인 슬픔의 도착 켜를 알 수 없는 거짓의 지문들 나는 아무것도 나의 것이라 말할 수 없다 이미 사랑이 지나간 하늘엔 또 다른 구름의 흔적 아스라이 비끼고 사랑, 흔적 없이 긴 지평선 끝에서 바람 분다 한 올의 먼지까지도 너다 나는 바람 끝에서 야위어 가는 지평선이다 내가 지워 버린 풍경 그게 너다 *시집, 타박타박. 새미 바람개비 - 김이하 몸은 돌아섰으니 마음만 가 버리면 될 성싶었다 팽나무 가지 끝에 머물던 바람도 이젠 내 길을 따라붙고 오로지 당신을 버리는 일 마음에 불을 삼키고 태워 버리는..

한줄 詩 2017.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