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길 위의 나날 - 김유석

길 위의 나날 - 김유석 사막을 건너와서 모래바람과 갈증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또 다시 사막으로 간다. 처음보다 적은 물통과 생각, 더 늙은 낙타를 앞세우고 부유하는 물풀처럼 걷는다, 처녀림을 헤쳐나가는 일보다 이미 드리워진 것들의 내력을 불러들이며 걷는 길은 몇 걸음 뒤에서 이내 지치고, 쉬어가는 곳마다 벗었다 다시 짊어지는 짐의 무게도 다 다르지만 모래와 바람만으로 수많은 갈래를 긋고, 또 지워버리는 사막 초행이 아닌데도 필경 같은 곳에서 길을 놓치는 것은 걸으면서 꿈꾸어야 하는 삶이 사막 어딘가에 서늘한 나무그늘을 감춰두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와디처럼 흔적만을 남기는 것들이 태우는 목마름을 안고 저만치 오아시스를 지나쳐야 하는 까닭이다. 흘러간 것은 흘러가버린 것, 훗날 선술집 탁자에 기대어 중얼거..

한줄 詩 2017.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