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창조해놓고도 - 김수우 청개구리 두마리 내 방에 찾아든 날 우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죽음은 거미를 닮아 어디서나 집을 짓는 중이다 어쩌자고 저 어린 것들 여기 닿았나 화성 탐사를 하듯 망망대해 우주를 건너 내 방으로 들어선 두 마리 초록 등이 선득했다 순수한 초록은 얼마나 날카로운가 들어온 데로 나가겠지, 외면했다 무서웠다 상추도 뜯다가 개밥도 주다가 하루를 지내고 까무라친 한 놈을 모서리에서 발견했다 빗물에 내놓았다 엉금거렸다 괜히 사진첩 들추던 이틀째 한 놈을 찾았다 빗물에 내놓아도 등이 뻣뻣하다 당장 신을 만들었다 신이 필요했다 모래알만 한 기적이 간절했다 기도했다 살려주세요 방 안은 수분 한 방울 없는 광막한 사하라 우물을 숨기지 못한 내 영혼이 바삭거린다 죽음은 원래 알몸이어서 어디서나 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