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 김이하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이지만 고향을 떠난 빈자리에는 언제나 미루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그 아래 손 떨리는 어머니의 슬픔이 무더기 무더기로 쌓여 코스모스 꽃을 피우고 우리는 돌아가지 않지만 손사래 하염없이 그 계절은 오고갔다, 그때 무엇이 우리의 허전한 등을 덮고 있었을까 가만 생각해 보면 알 것 같다 아주 지나가 버린 날이지만 고향을 떠난 빈자리에는 언제나 미루나무 한 그루 그 희뿌연 모습으로 어머니 살아 어여어여 가거라 하시며 우리들 등을 다독거리던 마음이 세상 쌀쌀한 마음 다 막아 주었겠다 그러나 지금 그 미루나무와 어머니는 우리들의 길에서 한참 비껴 서 계시다 고속버스 차창에 멀리 있는 걸 보면 애초에 이 길이 아니었다 문득 등이 시리다 *시집, 타박타박. 새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