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운동회 - 김남호

마루안 2018. 5. 30. 22:35



운동회 - 김남호



단지 외우기 위해 존재했던
만국기 속의 나라들


그 코흘리개 백성들은
다 어디로 갔나


스무 개 서른 개....
책가방마다 숨겨 놓았던 발가락들


그 사이사이까지 헤집어 대던
냄새나는 잔소리들은
다 어디로 갔나


역겹도록
그리운



*시집, 고래의 편두통, 천년의시작








부활의 추억 - 김남호



어차피 믿지 않겠지만 그날 새벽,
나는 기어이 죽었을 게다


사흘째 되는 날 아침 일찍 화장터로 실려 갔을 게고
두어 시간쯤 기다리다 불가마 속으로 들어갔을 게고
그사이 운이 좋았으면 멧비둘기 소리를 들었거나
더 운이 좋았으면 아내의 울음소리도 들었을 게고


아흔네 살 어머니는 갑자기 텅 비어 버린 집에서
영문을 몰라 마당 끝을 멍하니 바라보고 계셨을 게고
그때 마침 수탉은 암탉의 볏을 맹렬히 물어뜯으며
보란 듯이 그 짓을 했을 게고, 저놈의 달구새끼!


아내가 다니던 절은 사십구재를 준비하느라 잠시
대웅전 처마 끝이 붉었을 게고 내가 가르치던 아이들은
내 소식에 설익은 여드름을 짜다 말고 웃어야 하나
그래서 울어 주어야 하나 서로 눈을 맞추었을 게고


그 술집 주인은 갑자기 생각난 듯 내 안부를 물었을 게고
친구 놈들은 그때서야 옆의 빈자리 하나를 보았을 게고


나도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서
그냘 새벽을 검색하고 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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