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하루살이에게 속다 - 류흔

하루살이에게 속다 - 류흔 죽어도, 모여서 죽으면 덜 외로운지 새벽 가로등 밑에 하루살이가 소복하다 이틀을 살면 하루살이가 아니기에 하루 만에 죽으려고 안간힘을 쓴 흔적들, 하루를 딱딱 맞추어 죽기도 영 쉽지만은 않았을 터 그렇다고 두 번의 일출은 허용 않는다 이제 이들의 죽음을 강조해주던 스폿라이터가 꺼지고 하루에 쌓은 사랑과 죄와 살아 있었음의 업적이 부염한 어둠 속에 묻히지만 저녁이면 ON되는 가로등 밑에서 똑같은 얼굴로 나타나는 하루살이가 슬그머니 일어나 불빛에 매달리는 오늘 새벽에 쓰러졌던 그 하루살이가 아닐는지 하루만 산다고 눙치면서 수천수만 년을 속여왔는지도 *시집, 꽃의 배후, 바보새 가버린 날 - 류흔 내가 지웠던 시절의 여자와 웃음과 함부로 친절했던 세월이여 서로 바뀐 말들의 그 낯설고..

한줄 詩 2018.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