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저녁은 - 김이하
이 저녁은 - 김이하 가을 이 저녁은 나도 무슨 색으로 물들고 싶다 저기 저 들의 사람들 이제는 표정 없이 허수아비 되어 가슴 툭 터진 방천, 말뚝이 되어 불콰한 햇살과 한잔하고 햇살 들다 지나간 지 한참인 마루에 바람에 들다날다 오갈 데 없는 낙엽처럼 쓰러진다, 가을 이 저녁은 더 이상 두드릴 콩동도 없이 더 이상 까발릴 흥부네 박덩이 같은 것도 없이 너무도 심심하고, 무료하고, 삶은 추워서 뜨거운 눈물로도 얼굴 데워 보지만 꽃 피고, 잎 푸르다 먼 산을 보고 자기도 그렇게 물들어 버리는 나무 한 그루의 빛도 닮지 못하고 저 들의 빛까지도 잃어버리고 그만 어둠에 휩싸이고 마는데 가을 이 저녁은 나도 그만 어둠에 묻혀 늦은 군불에 도깨비처럼 타는 불빛 그 따숩고 아련한 빛이면 좋겠다 *시집, , 바보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