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간다는 것 - 박경희 앞니가 빠지고 등이 굽은 외정 마을에 사는 최 씨 할아버지 손등은 감나무 껍질 벗겨진 듯 꺼칠하다 고집은 쇠스랑에 걸어두어도 좋을 듯한데 쉰내 나는 오토바이 한 대 동무 삼아 산 지가 손꼽아도 손가락이 모자라다 어디 탈탈거리며 늙어가는 일이 쉬운가 앞집 권 노인 농약 하다 쓰러져 콩밭으로 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자 끌끌거리던 경운기마저 주저앉았다 자전거로 달리던 삽자루에 핀 녹 푸른 나팔꽃 함께 늙어간다는 것은 무르팍 해진 자리에 헝겊을 덧대 서로를 덮어주는 일 환삼덩굴이 제 손바닥 안에 별을 들여앉히는 일 권 노인 보내고 쭈그려 앉아 대문 밖만 바라보다가 수숫대 모가지에 달라붙는 새 떼만 쫓는 하루 번호판 한쪽 찌그러진 삶처럼 그래도 탈탈거리며 가는 논둑길 쭈글쭈글 달라붙는 대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