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묘약 - 서상만
글쎄, 살아오면서
조금은 말에 이스트를 뿌려 뻥을 치던
그 乞神(걸신)도
사십까진 정신없이 버티더니
오십 들어 입이 둔해지고
육십에 반벙어리 되고
칠십 고개 넘어서는
눈만 껌뻑대는 묵언첨지가 되었다
입담도 더러 자신을 팔아먹을
캄캄한 장화 속 발품 같아서
사람들은 말에 말을 씹고 버무리며
얼마나 많은 무안을 용서해왔을까
눈감는 날은
목에 걸린 마음도 녹아버린다는
생의 백기 앞에서
독 품은 말은 투명한 유리 속에 잠자고
나는 아직
세상을 영혼의 힘으로 살지 못했다
입을 봉하니
눈물밖엔 삶을 이겨낼 묘약이 없다
*시집, 사춘, 책만드는집
족쇄 - 서상만
훌륭한 아비이고 싶었다
새끼들에게는
혹, 총을 갈겨서라도
훌륭한 아비이고 싶었다
새끼들에게는
혹, 담장을 넘더라도
훌륭한 아비이고 싶었다
새끼들에게는
죄지으면 벌 받는 걸
다 알면서도
새끼들에게만은
'한줄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늦은 저녁 모서리에 너를 낙서하는 날이 시작되었다 - 김왕노 (0) | 2018.07.08 |
---|---|
저녁의 관용어 - 현택훈 (0) | 2018.07.07 |
참 좋은 저녁이야 - 김남호 (0) | 2018.07.06 |
약천리 허상갑씨가 굴비 식사를 하고 난 뒤- 곽재구 (0) | 2018.07.06 |
하루살이에게 속다 - 류흔 (0) | 2018.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