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나사렛 2 - 전대호

마루안 2022. 4. 23. 21:23

 

 

나사렛 2 - 전대호

 

 

방위할 때 역전에서 마주치던

창녀들을 기억한다.

 

그는 나사렛 사람,

창녀의 친구.

 

엠비씨 신인왕 출신의 전직 복서 강 사범에게,

형, 사람 때리면 기분이 어때? 하니,

사람은 묶어놓고 때려본 놈들이 제일 잘 때려, 하더군.

 

봇이라도 좋으니 클릭해줘,

짜릿한 클릭, 황홀한 클릭.

 

네가 교수가 될 줄 알았어.

부동산 하는 친구가 나를 50층 옥상 전망대로 이끈다.

저쪽은 동탄, 이쪽은 광교.

 

강 사범은 퀼른에서 불량배 세 명의 빗장뼈 연골을

부러뜨린 적이 있다. 경찰이 무기를 내놓으라 다그쳤을 때

강 사범이 내민 것은, 맨손이었다.

 

봇이라도 좋으니 날 교수로 불러줘,

짜릿짜릿 교수, 으쓱으쓱 교수.

 

방위할 때 역전에서

마주치던 창녀들을 기억한다.

나사렛 아가씨들, 나사렛 아줌마들.

 

 

*시집/ 지천명의 시간/ 글방과책방

 

 

 

 

 

 

나사렛 4 - 전대호

 

 

경멸은 그에게 늘 벅찬 일이었다.

남을 경멸하려 하면 오히려 자기가 더 아팠다.

착해서다, 내가 착해서,

 

라고만 생각하며 혼자 속을 끓였다, 광야에서.

자리와 간판과 끼리끼리가 장땡인 도시가 싫어 떠났으면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가 되어야 했건마는,

허망하게도 광야의 백색소음이 되었다. 아무에게도

거슬리지 않는, 있는 줄도 모르는, 혼자 끓는 백색소음.

 

호수에서 남쪽으로 60리,

오리나무 열두 그루,

가시관을 쓴 왕.

 

무한한 사랑이 뒤를 받쳐 준다면

거침없이 경멸할 수 있을 테지.

착했던 게 아냐, 단지 아프기 싫어던 거야.

 

그 나사렛 사람을 떠올리며,

그는 선하고 과격한 경멸을 연습한다.

젖과 꿀이 흐르는 도시를 덮칠 코미디를,

출신과 배경, 소속과 직위, 지식과 교양을

빵빵한 뽕처럼 장착한 자들을 겨냥한 경멸을.

 

선생이여, 많은 우아한 여인네의 웃옷 속에서

뽕이 암약한다는 얘기를 익히 들었소만, 그런 뽕이 심지어

저 도시 전체를 움직이는 윈리이기까지 하단 말이오?

 

떠나오고 또 떠나왔어도

습성은 전파(電波)처럼 따라붙어

어쩌면 난 여전히

빵빵한 뽕이 마냥 탐스러운지도 몰라.

 

늘그막에 들어서야 그는 경멸을 연습한다.

무한한 사랑에서 우러나는 거침없는 경멸을,

성벽 너머 도시가 환히 내려다보이는 곳,

늙은 창녀의 늘어진 젖가슴 같은 광야의 언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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