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끼니 - 김용태
내가 개(犬)와 다를 게 없나니
비쩍 마른 어미의 젖을 빨아대는
살집 투실한 강아지를
아버지께선 자주 떼어놓곤 하셨는데
내 어릴 적
배고픔도 고픔이려니와
빵을 얻어먹는 재미 또한 쏠쏠하여
하굣길엔 취로사업중인
어머니를 버릇처럼 찾아갔었다
그날도
어머니는 흘러내린 코를 닦아 주시며
품에서 빵을 꺼내 건네셨고
철없이 그 걸 받아
달게 먹고 돌아서는 순간,
점심을 또 자식놈한테 빼앗겼으니
기나 긴 해를 어떻게 견딜 거냐며
어머니를 나무라는 소리가 나지막이 들렸다
산새가 제 이름을 부르며 우는
산골 시오릿길을
엄마,
엄마라는 이름을
그 새처럼 부르며 울며 내려 온
그날 이후, 비로소
죽순처럼 자란 내 소견과
당신의 끼니를 바꿀 수가 있었다
*시집/ 여린히읗이나 반치음같이/ 오늘의문학사
이팝꽃 - 김용태
하필, 주저앉은 곳이
그 나무 밑인 거라
떨어진 꽃잎을 맥없이 쓸고 흩다
울기도 참 많이 울었어야
시집간 네 누이 생각에
지금도 배부르게 먹는 날엔
꼭 죄 짓는 것만 같아
그땐 한 가지 바람이라면
내 땅에서 난 쌀로
밥 한 끼 해 먹여 보는 것이 소원이었다는
어머니 기일 날
이제
눈, 귀 어두워져 가는
내 누님 곁, 피붙이들 둘러앉아
그 시절 얘기가 얹혀
이미 세 손주의 할머니,
한 번 소리 내 울어본 적 없는 누이는
아직도
두 눈만 가득 붉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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