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도 빛이 - 권순학
사월이 잔인한 것은
흐드러진 꽃 때문이 아니라
그럼에도 오기 때문이라고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살다 보면 에스프레소 같은 날도
아포카토 같은 때도 있지만
잔만 바라보아야 하는 날 많고
빈 잔조차 없는 날 더 많다고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밤마다 글썽이는 별
누굴 찾으며 낮에도 저러고 있다고
그 뒤에 그가 있다고
누군가 말할 줄 알았다
누구는 잊고
누구는 세고
누군가는 세며 잊지만
어둠도 빛이 될 수 있다고
나도 그럴 수 있다고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시집/ 너의 안녕부터 묻는다/ 문학의전당
비교 - 권순학
참 익숙하지만 무거운 그 말
누구나 무엇이든 적어도 한번쯤은
그 제물로 바쳐졌겠지만
SNS의 화젯거리 '계란 판과 갓 나온 종이 신문'
그들 효용성을 비교한다
바늘구멍으로 보거나 그냥 보면
한 줄 깨진 6x6 한 판
가까이 보면
평생 밟은 세상 다해봐야 신문지 반쪽에 들 로봇
뿌린 씨앗 품을 자리 서른이나 보인다
조금 더 자세히 보면
비닐도 벗기지 못한 채 끌려간 밤새 품은 따끈한 소식
중독성 윤전기 기름 냄새 모두 잃은 조상님이 보인다
뉴스 사설 스포츠 연예 광고까지
밤새 누군가의 손길 눈길 기다렸을 그들이건만
누군가의 배경이 된 그들
효용성 비교 전
너의 안녕부터 묻는다
*시인의 말
세상은
빛과 그림자로 피운 꽃으로
나의 안녕을 묻는데
나의 시는 언제쯤
너의 안녕을 물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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