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의 봄 - 김기섭 미처 슬퍼할 새 없이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하지만 내가 사는 변방에는 아직도 눈이 내린다. 경계도 없이 내리는 눈 범람하는 바람 속으로 내 영혼의 머리칼 사이로 봄눈이 날리는 동안 마른 풀잎만 나풀거렸고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떠난 여자처럼 먼 산으로 날아간 새는 돌아올 것 같지 않았다. 마른기침을 쿨럭이며 객지에서 봄을 기다린다. 꽃이 피고 진들 무슨 상관있을까마는 노새를 타고 아득한 시공을 건너오는 이의 목소리 봄은 꿈꾸는 강을 건너 집시들의 언덕을 지나 더딘 몸짓으로 산기슭을 오르는데 보았는가 그대 창가에 핀 목련 세상의 모든 것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시점에서 내 몸에서도 여린 이파리들이 사사로이 돋아나고 밤새 시리도록 별들이 뜨더니 각혈하듯 산벚꽃이 핀다. 미열이 도져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