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소리하지 못하는 아픔으로 인하여 - 김남권

소리하지 못하는 아픔으로 인하여 - 김남권 그대를 고파함에 숯덩이 된 가슴을 땅에 묻고 노여운 슬픔일랑 맨드라미 꽃속에 숨겨두고 파리한 몸빛에 차마 낙엽이 된다. 재로 남은 가슴을 바다에 띄우며 파도에 묻힌 몸빛은 다시 바위에 부딪치고 소리하지 못하는 아픔으로 인하여 나는 연기가 된다. 바람이 된다... *시집, 하늘 가는 길, 혜화당 하늘 가는 길 - 김남권 관(棺)이 열리고 '파드득' '파드득' 굵은 뼈가 타들어 갑니다. 시뻘건 불꽃 역류하며 농약으로 굳어진 발가락 마디마디 꺾어지며 타들어 갑니다.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학곡리 화장터의 바람은 늘 이렇게 따뜻한가 봅니다. 두어 평 누워 지낼 땅조차 갖지 못한 이승 이킬로그램밖에 안 되는 상자속 재가 되어 소양강을 떠내려 갑니다. 이 강 끝나는 어디쯤..

한줄 詩 2019.09.22

너에게 말한다 - 신현수

너에게 말한다 - 신현수 식의주는 삶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일이며 그러므로 식의주는 네 스스로의 힘을 해결해야 한다고 나는 그동안 네게 여러 번 말했다 그런데 너는 지금까지 육십이 넘도록 말만 앞세우고 하나도 실천하지 않았다 특히, 식 그동안 나는 네게 여러 번의 기회를 주었는데도 여전히 네 식의주를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 해결해왔다 특히, 식 네가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므로 이번에는 네 가족의 몸을 아프게 하는 가슴 아픈 방법으로 네게 깨달음을 주려고 한다 만일 이번 기회도 놓친다면 너는 앞으로 남은 평생을 기생충 또는 거머리로 살게 될 것이다 *시집, 천국의 하루, 작은숲 천국의 하루 - 신현수 아주 느지막이 일어나 세수도 안 하고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 앉아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따뜻한 햇볕을 ..

한줄 詩 2019.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