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너에게 말한다 - 신현수

마루안 2019. 9. 20. 19:49

 

 

너에게 말한다 - 신현수


식의주는 삶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일이며
그러므로 식의주는 네 스스로의 힘을 해결해야 한다고
나는 그동안 네게 여러 번 말했다
그런데 너는 지금까지 육십이 넘도록
말만 앞세우고 하나도 실천하지 않았다
특히, 식
그동안 나는 네게 여러 번의 기회를 주었는데도
여전히 네 식의주를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 해결해왔다
특히, 식
네가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므로
이번에는 네 가족의 몸을 아프게 하는
가슴 아픈 방법으로 네게 깨달음을 주려고 한다
만일 이번 기회도 놓친다면
너는 앞으로 남은 평생을
기생충 또는 거머리로 살게 될 것이다


*시집, 천국의 하루, 작은숲


 




천국의 하루 - 신현수


아주 느지막이 일어나
세수도 안 하고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 앉아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따뜻한 햇볕을 쬐며
'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보고
아침 겸 점심을 먹은 후,
동네 산에 올라
적당하게 땀을 흘린 후,
편의점에 들어가 천삼백 원 주고 산
바나나우유로 목을 축인 후,
동네 목욕탕에 오천 오백 원 주고 들어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한증막에 들어가
기분 좋게 땀을 흘린 후,
천 원 주고 구운 계란 두 알을 사먹은 후,
제과점에 가서 어머니 드릴 카스텔라를
삼천 원 주고 산 후,
어머니 좋아하는
'도전 골든 벨'을 같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