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꽃무릇 - 이규리
해마다 꽃무릇 - 이규리 저 꽃 이름이 뭐지? 한참 뒤 또 한 번 저 꽃 이름이 뭐지? 물어놓고서 그 대답 듣지 않을 땐 꼭 이름이 궁금했던 건 아닐 것이다 꽃에 홀려서 이름이 멀다 매혹에는 일정량 불운이 있어 당신이 그 앞에서 여러 번 같은 말만 한 것도 다른 건 생각조차 안 났기 때문일 것이다 아픈 몸이 오면 슬그머니 받쳐주는 성한 쪽이 있어 꽃은 꽃을 이루었을 터인데 이맘때 요절한 그 사람 생각 얼마나 먹먹했을까 당신은 짐짓 활짝 핀 고통을 제 안색에 숨기겠지만 숨이 차서, 어찌할 수 없어서, 일렁이는 마음 감추려 또 괜한 말을 하는 것 저 꽃 이름이 뭐지? *시집,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문학동네 때가 되면 - 이규리 천강성이란 별은 길방을 비추기 위해 흉방에 위치한다는데, 애지중지하던 일 그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