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추분 - 서상만

마루안 2019. 9. 22. 19:58



추분 - 서상만



이제는 갈 곳이 없어--


해는 黃道(황도)를 지나고
밤이 길어 우는 가을
먼 바다 고래 울음소리보다
더 파란 달이 뜨는
이 밤은
외딴섬 맥반놀이처럼 서럽다


수수수 바람은 일어
남한강묘원의 잔디도
망자의 무릎에 엎드려
띳집을 짓나니
먼저 떠난 사람 마음
차마 어떠했을꼬,


먼 산엔 벌써 눈발 치는 듯
늦귀로 듣는 풀벌레 소리
오만 날라리 상판들이
적선이나 놓고 가듯
곡절도 없는 극치의 떼울음
떼울음을 울고 있으니



*시집, 사춘, 책만드는집








월광곡 - 서상만



나는 누구의 덤으로 살고 있나
슬픈 곡절에 무릎이 휘는데


가을 눈썹 꿰어 허리에 차면
해 저물어
달은 대추나무에 걸려 울고


달빛조차 무거워
어깨가 기울던 길


백비(白碑) 하나 남기고 간 사람은
또 어디에서 우는지






# 갑자기 가을이 왔다. 강력 태풍에도 끄떡없던 여름이 물러냤다. 며칠 사이에 새벽이면 창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바람이 서늘해졌다. 열대야에 시달릴 때는 어서 갔으면 했던 여름인데 긴팔 옷을 꺼내 입으며 올 여름도 이렇게 가는구나 한다. 갑자기 온 가을은 또 얼마나 빨리 떠나려나. 이래저래 세월의 빠름이 느껴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