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슬픔에 대한 나의 혐의 - 이성배

슬픔에 대한 나의 혐의 - 이성배 방문을 열고 닫는 아주 잠깐 사이 알라바이는 깨졌다. 벽에 걸린 철 지난 옷가지들에 대해 묻는다면 지난날들은 본의가 아니었다. 이중으로 잠긴 창문은 먼지 냄새 심한 시간을 가두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물기 없이 자란 성장기를 부인하지는 않겠다. 나에게 유리한 진술이 있다면 이제 순진하게 사랑을 고백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슬픔에 대해 나는 고의를 부정한다. 빈방은 어떤 사람에게든 가장 우호적인 공간이다. 오래 열어보지 않은 서랍들과 장롱 속에는 이미 충분한 그리고 위험한 감정들이 개켜지거나 촘촘히 매달려 있다. 내가 걷고 있는 시간대를 긍정해줄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면 세상과 나는 이미 서로 다른 배경이다. 거리를 배회하다 영화를 보곤 했던 환절기의 유행에..

한줄 詩 2019.09.01

동전 앞면은 선택이 아니었다 - 서화성

동전 앞면은 선택이 아니었다 - 서화성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당신이 알고 있었던 고백을 말하는 것처럼 그래, 그쪽으로 올라가면 된다는 말 그 말을 동아줄처럼 부여잡고 하늘길로 올라갔다 주소는 없었다 발자국은 없었다 그냥 풍차가 돌고 있다는 그 말 그것이 빗나간 약속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갈림길이 있었고 다른 선택이 악연이었다 하나는 천국으로 가는 계단 죽은 자들이 깨어나 죽은 듯이 속삭이고 있었다 이미 엎질러진 선택이다 어둠이 엄습해오는 해거름 끝이 보이는 길목에서 길은 없었다 지푸라기는 없었다 천국의 계단은 없었다 낭떠러지 따라 등살에 밀리듯 떨어지듯 올라갔으며 쉽게 끝날 줄 모르는 것이 선택이었다 바람은 불지 않았지만 메아리가 들렸다 십년살이가 금방이다 돌부처처럼 발자국은 굳어 있었고 ..

한줄 詩 2019.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