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빛나는 그늘 - 이성배

빛나는 그늘 - 이성배 올봄, 낡은 연립보다 연배인 은행나무 간단하게 잘렸다. 나무 아래 평상은 치워졌고 여름내 살뜰하게 푸성귀가 자랐다. 3층 연립을 다 가리던 그늘이 사라졌으니 열여덟 평 눅눅한 삶에도 볕이 좀 들었겠다. 오랜 시간 평상을 차지했던 노인들이 어색하게 입구를 서성이다 제 집으로 들어가거나 입구에 앉아 내다버린 화초처럼 남은 물기를 말렸다. 나무 한 그루 사라진 풍경이 이렇게 빛날 줄 누가 알았을까. 둥지 잃은 까치만 근처 전깃줄에서 며칠 깍깍이다 떠났고 평상이 있던 자리에는 더 이상 사람들이 모이지 않았다 그늘이 너무 밝게 빛났으므로 *시집, 희망 수리 중, 고두미 평화연립 - 이성배 집집마다 그만그만한 노인들이 산다. 아주 가끔 심심한 아이가 노인 손에 이끌려 근처 슈퍼를 간다. 떠나..

한줄 詩 201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