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행복, 치매 환자의 - 최영미

마루안 2019. 12. 22. 18:11

 

 

행복, 치매 환자의 - 최영미


행복했던 때와 장소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좋아하던 친구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좋아하던 노래도 듣지 못하고
좋아하지 않는 음식을 먹으며
좋아하지 않는 기저귀를 차고
요양병원의 좁은 침대에 갇힌

당신을 지금도 흥분시키는 달달한 것들의
이름을 알지 못해도 엄마는 행복할까

음미하는 행복이 참 행복이다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 아미출판사

 

 

 

 

 

옆 침대 - 최영미

 

 

아이고 아이고

 

저 할머니, 또 시작했군

아파 죽겠다면서 악을 쓰고

간호사가 방에 들어오면 보란듯이

발을 구르고 몸부림치며

 

아이고 아이고

날 좀 죽여줘

 

아직 멀었어요 할머니,

할머니는 죽으면 그만이지만, 저는 어떡하구요?

쇠고랑 차요.

 

죽여 달라는 환자에게

진통제를 놔주며

'아직 멀었다'고 달래는 간호사

 

북망산 가는 길이 얼마나 길고

꼬불꼬불한데....

(그리 쉽게 가겠냐고 웃으며)

 

언제 그랬냐는 듯 오늘은

휠체어에 앉아 농담까지 하시는

 

할머니의 침대가 치워지는

그날을 보지 않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