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하늘이 더부룩하여 - 김이하 흐린 하늘이 더부룩하여 느지막이 점심을 먹는다 포장된 김 하나 뜯어 옆에 놓고 입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릴 삼키며 가만 마음이 젖어드는 점심을 물 한 모금에 쓸쓸함 한 점 얹을 때 봄기운이나 쐬자고 열어놓은 창 밖에서 마늘 싹 같은 소리 올라온다 오랜만에 새소리보다 높은 아이들 소리를 옥타브 꼭대기서 듣는다 천국의 소리, 나는 들었던가 더부룩한 속이 쑥 꺼지는 그때 *시집/ 그냥, 그래/ 글상걸상 홍제천 1 - 김이하 -행촌동을 떠나며 한 뼘 햇살로 십 년을 살고 아스팔트 검은 먼지 닦으며 삼천 날을 새고 행촌동 반지하 방을 떠나 까치집 짓듯이 덜렁 삼층에 올라앉아 세상 보니 더없이 빛나는 하루였다 시장길을 따라 내려가 순대국도 먹어 보고 막거리 한 사발에 취해도 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