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내 마음 기우는 곳 - 박경희

내 마음 기우는 곳 - 박경희 안녕리에 가보면 맥없이 솟아 있는 기둥이 여러개 모두 이별한 것이다 만남도 헤어짐도 안녕리에서는 뽀얗게 먼지 뒤집어쓰고 쓸쓸히 엉덩이를 기다리는 툇마루이다 무거운 발걸음 속 달라붙는 그림자 깨진 기왓장이 끌어안고 있는 빛 잃은 알전구와 덩그러니 빈집 마당을 지키는 구멍 환한 항아리 버석거리는 나무 기둥이 나이테를 놓은 곳이다 때론, 사선으로 잘려나간 대나무 끝에 가슴을 다치기도 한다 내 마음 한 자리 빗금으로 내려앉아 우는 사내 대숲이 일렁이는 곳에서 바람 부는 쪽으로 내 마음 기우는 것도 짧은 대나무 마디로 살다 간 사내의 빈 곳이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화성시 안녕리에 가보면 처마 끝 밑구멍 환한 목어가 바람가는 곳으로 몸통을 두드리고 있다 뽀얗게 먼지 뒤집어쓰고 쓸쓸히 ..

한줄 詩 2020.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