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이라는 나이 - 박남희 물속 깊이에서 별을 볼 수 없듯이 내 바닥이 안 보여 내 바닥이 아파 자꾸만 무언가 출렁거려 내 바닥이 불안해 그래서 종종 행복해 쉰이 넘은 나이를 바닥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바닥아, 나를 말할 수 있니 바닥만의 생각으로 바닥만의 몸으로 나를 지탱할 수 있니 내 그림자를 질질 끌고 어디론가 향하던 바닥이 태양이라면, 너무 뜨거운 태양이라면 나는 태양에게 말해야겠네 식은 내 사랑도 종종 태워달라고, 내 바닥 위에 네가 서 있네 누군가 너를 꽃이라고 말하네 언젠가 스러질 꽃, 그래서 슬픈 꽃, 그러나 영원히 스러지지 않을 꽃 그래서 내 바닥은 불안해 내 바닥은 아파 내 바닥이 안 보여 세상에 흙이 없는 바닥이 또 어디에 있을까 내 바닥은 때로 너무 물렁물렁해 *시집/ 아득한 사랑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