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상회 - 김요아킴 바다상회의 주인은 바다다 재생되는 내 기억의 필름 속에서 늘 손님을 맞고 있다 그 한 평 남짓한 자리에서 조수 간만의 차이만큼을 버텨내고 있다 이른 새벽에서 늦은 밤 귀갓길까지 햇빛과 형광등을 달리하며 세월을 소금에 절이고 있는 것이다 뱃고동처럼 우웅거리는 녹슨 냉장고 속은 캔버스의 정물화로 놓여지고, 가끔씩 수면 위로 솟아오르는 몇몇의 날갯짓에 바다는 파리채를 흔든다 간혹 누군가 흘리고 간 막걸리는 허연 폐수로 밀려와 좁은 해변을 더 밀어내고 빵 봉지 마냥 부푼 섬이, 납작 바다에 엎드려 자맥질을 한다 저 멀리 뒷산이 파라솔처럼 고운 그늘을 펼치면 반질반질한 계산대 탁자 모서리로 반짝거리는 나의 손때가 더해진다 바다상회의 손님이 바다가 된다 *시집/ 공중부양사/ 도서출판 애지 경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