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사우나 - 김정수 사막을 통째 뒤집어 사막으로 들어갔다 수직으로 흘러내리는 건 시간이나 둥근 나무의 건망이 아닌 모래의 지루한 순응 함부로 벗어날 수 없는 방에서 투명한 방으로 끊임없이 이사를 다녀야만 하는 일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세월을 쌓고 또 쌓는 일 툭하면 그만 끝내자 화르락 문 열고 나간 당신이 하루 이후 돌아와 벽을 향해 비스듬히 눕던 일 밤새 뒤척이다 일어난 아침은 좁은 길로 탈출하고 더 깊어지기 전에 뱃속에 소문 들어서기 전에 서로의 출입문 달리하곤 끝내 발목의 속도 늦추는 일 반복된 바람은 다시 되돌릴 수 없고 오랜 습관에 모질게 모래언덕 넘어가는 일 그림자조차 남기지 않는 동거는 고비 같고 출입문에 찍힌 지문처럼 우연한 조우 당신은 한낮의 햇빛 구름처럼 벗어난 것인지 수건으로 낯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