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소풍길 - 이철수 인생은 재생되지 않는다는 걸 풍매화 쓸쓸한 눈빛으로 읽고 갈 때 울컥 제 삶을 다 쏟아놓고 진저리치는 동백, 에둘러 가는 저이는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어떤 생이라도 기꺼이 복사할 수 있다면 융숭 깊은 이 봄날의 온기를 끓여 장을 담겠네 이번 생에 불려나온 햇나비처럼 가벼이 발뒤꿈치를 들고 길 떠나는 그대여, 어느 시절은 무릉도원 덜큰한 도화 아래 뒹굴다 가고 어느 날은 건널 수 없는 진창의 에움길을 돌고 돌아왔으니 개털 같은 유랑의 날들 한 줌 시래기같이 부서지던 헛헛한 사랑아, 이제 바람이 잔 저녁, 빈손으로 떠나는 황혼역에서 차표를 사고 막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들국같이 쓸쓸한 마음을 흔들며 그대 다녀간 세상의 길들을 헤아려 보네 *시집/ 무서운 밥/ 문학의전당 내 영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