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의 하루 - 백성민 은밀함으로 기어올랐다. 행여 들킬까 바람의 기척에도, 달빛에게도 숨을 죽였다. 왜라고 묻지 마라. 감각의 촉수는 삶의 자리를 탓하지 않았고 그저 한 뼘만 더 오를 수 있다면 무엇인가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비바람이 몰아친다고 서리와 눈보라 속에서도 놓을 수 없는 것 때론 우직한 욕심이고 미련한 정직함이라고 손가락질할 때도 품어 안고 삭여야 할 모든 것이 감사함이었다. 사철 붉은 잎이 진다. 새벽은 먼데 오늘도 비틀거렸던 하루가 쓰러진다. *시집/ 너의 고통이 나의 고통인 것처럼/ 문학의전당 황혼 - 백성민 해 저물녘 익숙하지 않은 길을 걷다 시들어가는 장미 한 송이를 본다. 가슴을 찔러오던 가시의 날카로움은 이미 시들었고 향기를 뽐내던 유혹도 사라진 지 오래 지워져 가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