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품은 사내 - 정덕재 횡단보도를 다 건너지 못할 것이다 마음이 급해도 걸음은 옮겨지지 않는다 지금 출발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마음은 떠났어도 다리는 떨어지지 않는다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어보지만 아직 하나를 시작하지 못했다 거친 사막을 견뎌온 사내 세상을 휘젓던 사내 소주 다섯 병을 마시고 새벽처럼 일어나 바람처럼 달려가던 사내 먼저 떠난 여자가 그리워 밤늦게 울던 사내가 풍 맞았다 바람은 더 이상 걸음을 옮기지 못한다 한 번 멈춰선 바람은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집/ 간밤에 나는 악인이었는지 모른다/ 걷는사람 콩나물국밥을 먹으며 - 정덕재 아침 6시 15분 그쯤이면 새벽인가 콩나물국밥을 기다리는 사내 셋은 깍두기와 김치를 먹으며 사람 얘기를 한다 취기에 오른 남녀 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