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쏟아진다 - 조하은 멀리서 보아야 잘 보이는 풍경 그 속으로 들어가 나도 하나의 풍경이 되었다 저마다의 생각에 잠긴 숲에서 빠져나와 오래된 나무 아래를 걷는다 새 떼가 철교를 가로 질러 날아가고 금강 물빛의 떨림을 따라 내 가슴속에도 작은 파장이 인다 걸음을 멈추고 공산성 성벽에 귀를 대니 구절초의 낮은 소리가 들려온다 시든 꽃잎에 남아 있는 향기는 더 깊고 진하다 가느다란 꽃잎을 촘촘하게 펼치고 햇살 여무는 시간을 기다리다 어느새 서늘한 저녁이 되어버린 구절초 앞에서 쉬이 일어서지 못하는 무릎 위로 달빛이 내려앉는다 온 생애를 건 몸부림에 와르르, 가을이 쏟아진다 *시집/ 얼마간은 불량하게/ 시와에세이 나의 고향은 갈림길에 있었다 - 조하은 철 이른 들꽃들이 순서 없이 피어나 무더기로 모여 있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