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425

새벽 1시 45분, 나의 그림 산책 - 이동섭

책을 읽기도 음악을 듣기에도 좀 애매한 자투리 시간에 읽을 만한 책이다. 침대 맡에 두고 잠자기 전에 한두 편씩 읽어도 좋겠다. 종일 손에서 놓지 않았던 스마트 폰 들여다 보며 용쓰지 말고 잠시 눈과 머리를 식힐 때도 좋을 책이다. 평생 같이 할 사람이 옆에 있더라도 사람은 잠시만이라도 혼자 만의 시간을 갖을 필요가 있다. 옆에 아무도 없는 사람에게는 더 좋다. 혼자가 두려워 잠시도 휴대폰을 놓지 못하고 반나절만 조용해도 안절부절 못한다. 혼자를 즐길 줄 아는 것도 인생을 멋지게 사는 방법이다. 직장에서 종일 사람에 시달리는데 잠시 혼자가 되 보는 것, 아니면 종일 아무도 연락이 없어도 혼자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딱 어울린다. 저자는 혼자라는 영어 단어 alone을 all+one으로 읽는다..

네줄 冊 2019.12.27

눈물은 한때 우리가 바다에 살았다는 흔적 - 김성장 시집

요즘 내가 가장 눈여겨 보는 출판사가 걷는사람이다. 시대적 유행인지는 몰라도 새로 설립한 출판사 중에 이름만 들어서는 책을 만드는 곳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걷는사람도 마찬가지다. 또 띄어쓰기를 해야 하나 붙여야 하나 헷갈린다. 문법상으로야 띄어 써야 하나 내 맘대로 붙여쓴다. 현택훈과 박서영 시집을 사면서 이 출판사는 나의 관심 출판사가 되었다. 새로 나온 시집이 있을 때마다 걷는사람 시집은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김성장 시집도 그렇게 만났다. 제목도 특이하지만 시인의 이력 또한 만만치 않다. 1959년 정지용의 고향인 옥천에서 태어났다. 류시화도 김성규도 옥천 출신 시인이다. 굳이 특정 지역을 논하는 것은 정지용 때문이다. 이 시집이 두 번째 시집으로 첫 시집을 내고 25년 만에 나왔다고 한다..

네줄 冊 2019.12.20

잃어버린 계절 - 김시종 시집

김시종 선생은 일본에 살고 있는 시인이다. 보통 재일본 시인이라고 부른다. 이 시인을 알게 된 것은 돌베개에서 나온 를 읽고서다. 왜 책 제목이 한국과 일본에 살다가 아니라 조선과 일본에 살다일까. 책을 읽고서 이해했다. 이상하게 나는 경어체로 된 문장을 잘 읽지 못한다. 예를 들면 어떤 문장에 가 나오면 금방 질린다. 편지글 아니고서는 장시간 이런 글은 읽기가 참 힘들다. 이 문장과 글자 두 자 늘어났을 뿐인데 그렇다. 아무리 좋은 책도 경어체 문장은 몇 페이지만에 금방 질려서 읽기를 포기하고 만다. 앞으로도 이런 글은 읽지 못할 것이다. 김시종 선생의 자전인 조선과 일본에 살다도 경어체 문장이어서 읽기가 힘들었다. 어쩔 수 없이 군데군데 건너뛰었다. 선생의 시집은 그동안 번역이 되지 않아 읽기 힘들었..

네줄 冊 2019.12.06

위험한 사전 - 전해자

슈디즘이란 무엇일까. 서점을 돌다가 호기심 가는 책을 지나치지 못했다. 말에 관한 책은 가능하면 읽으려고 하는 편이라 계획에 없는 책이 목록에 들어왔다. 중학생 영어 동사 활용법 설명처럼 호기심이 꼬리를 물면서 단숨에 읽힌다. 이 책을 쓴 전해자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의 이력은 나와 거리가 멀지만 책 내용은 공감이 갔다. 직업으로는 소통이 힘들겠지만 저서는 가능하다. 새디즘은 들어봤어도 슈디즘은 생소하다. Should에서 파생된 단어인 모양이다. 슈디즘(Shouldism), 그냥 내 마음대로 당위주의라고 정했다. 일종의 열등감에 스스로 빠지는 언어 습관이라면 이해가 쉬울라나. 이것도 저자의 주장과는 약간 빗나갈 수 있겠다. TV를 거의 안 보지만 시사 프로와 토론 프로를 좋아한다...

네줄 冊 2019.11.12

등 뒤의 시간 - 박일환 시집

요즘 시집을 내는 출판사 중에 괜찮은 시집이 몇 있다. 시인들이 덩치 큰 전문출판사에서 시집 내는 것을 대단한 훈장으로 생각한다는데 과연 그에 걸맞은 좋은 시가 댬겼는지 의문스럽다. 친분과 인맥으로 엮인 평론가들의 찬사를 등에 업고 메이저 출판사에서 쏟아지는 시집 중에 마음을 움직이는 시집 만나는 일은 별로 없다. 시 읽는 내 수준이 낮은 것도 있지만 워낙 청개구리 아웃사이더 체질이라 더 그럴 것이다. 시집 코너에 가면 구석진 자리에 꽂힌 시집에 먼저 눈길이 간다. 반걸음에서 나온 시집이 몇 권 있다. 신생 출판사로 내가 알기론 삶창에서 떨어져 나온 출판사인 모양이다. 나는 반걸음보다 삶창이란 단어가 더 좋다. 문동만 시집이 첫 주자였는데 나름 좋은 시가 많았다. 이번엔 박일환 시집이 확 끌어당긴다. 시..

네줄 冊 2019.11.08

비껴가는 역에서 - 한관식 시집

예전부터 부산을 해마다 두 번씩 가자고 다짐했었다. 잘 지켜지지 않지만 지난 구월에 부산을 갔다. 2박 3일 동안 원도심을 산책하듯 걸었다. 초량동에서 수정동, 좌천동, 범일동까지 원도심 골목을 종일 걸었다. 나는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오래된 풍경이 좋다. 이튿날은 동광동, 광복동, 남포동 등을 거쳐 영도다리 지나 영도까지 걸었다. 부산의 구도심은 걷기에 참 좋은 곳이다. 배 고프면 허름한 식당에 들어가 요기를 하고 다리도 쉴 겸 창이 넓은 커피집에 들어가 바깥 거리를 한참 바라보기도 했다. 부산을 걷는 중 보수동 헌책방을 갔다. 부산을 갈 때마다 무슨 성지마냥 들르는 곳이다. 딱히 무슨 책을 구하겠다는 생각보다 그냥 습관처럼 가는 곳이다. 그곳에서 이 시집을 만났다. 구입한 몇 권의 시집 중에 두 권이..

네줄 冊 2019.11.02

달빛을 깨물다 - 이원규 시집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았을까. 이원규 시인이 한꺼번에 두 권의 시집을 냈다. 사진전과 함께 낸 시집도 좋지만 이 시집을 선택한다. 두 권 다 좋은 시집이어서 후기를 남기고 싶으나 나는 늘 하나라도 덜어내는데 익숙하다. 언제부터 그의 시를 읽었을까. 내 살아온 날들이 늘 한 박자씩 늦었기에 아마 10년 안짝이었는 것 같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떠도는 사람에게 호감이 간다. 내가 마음만 있지 떠남을 실행하지 못하기에 이것도 대리 만족 일종일 것이다. 전에 읽었던 그의 산문에서 이미 알고 있었지만 떠돌면서도 그는 늘 돌아올 곳이 있었다. 이 시집 곳곳에 젊을 적부터 현재까지 바람처럼, 때론 호랑이 잡는 포수처럼 전국을 떠돌았음을 알 수 있다. 시집에는 오래 전에 발표한 시를 다시 불러온 것도 있지만 처음 읽는..

네줄 冊 2019.10.27

연필로 쓰기 - 김훈

잘 팔리는 책은 가능한 사지 않는다. 그러나 서점에 진열된 책을 들추다가 몇 군데 문장에 홀딱 빠지고 말았다. 김훈의 책은 빠짐 없이 읽는 편인데 심금을 울리는 황홀한 문장에 반해서 굳이 독서 후기까지 쓰게 된다. 그의 글이 만드는 자발적 글쓰기다. 내가 산 것은 발간 2주 만에 벌써 3쇄다. 작가든 시인이든 나이 먹으면 약력에서 슬쩍 나이가 빠지는 경우가 많다. 늙은 것 자랑할 일 있냐고 할지 모르나 자신이 쓴 글에 당당하면 굳이 나이를 숨길 필요는 없다. 김훈은 글 곳곳에서 나이를 당당하게 밝힌다. 그의 글을 처음 읽은 것은 였다. 1990년대 중반 유홍준으로 인해 문화유산 답사가 유행이었다. 그때 함께 답사를 하던 선배 하나가 뒤풀이 자리에서 이 책을 언급하며 추천했다. 그때 받은 느낌은 그의 글이..

네줄 冊 2019.09.11

강재형의 말글살이 - 강재형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제목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나 읽기 시작하니 소설처럼 재밌게 읽힌다. 우리 글을 다룬 책에 흥미를 갖고 있기도 하지만 요즘 심하게 훼손되고 있는 우리 말에 대한 안타까움이 커서 더욱 진지하게 읽었다. 책이란 내용도 중요하지만 저자의 정체성을 무시할 수 없다. 내가 책을 고르는 기준이기도 하다. 때론 이것 때문에 독서 편식에 빠기기도 하나 읽어야 할 책이 많은 나로써는 어쩔 수 없다. 좋은 책 읽기도 버거운데 다독으로 상식 쌓기는 사치다. 저자 강재형은 MBC 아나운서다. MB 시절부터 권력의 주구들로 인해 MBC는 심하게 훼손 되었다. 지금은 JTBC지만 2008년쯤까지 내가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는 단연 MBC였다. 언제부터 MBC가 슬슬 망가지더니 세월호 사고 때는 신뢰도가 완전..

네줄 冊 2019.09.09

내 안의 역사 - 전우용

역사란 끊어지지 않고 나와 과거가 연결된 끈이다. 물려 받은 피가 더럽다며 모두 꺼내서 버린다 해도 힌 번 연결된 부모와의 고리를 끊을 수 없듯이 국가 또한 내가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은 끊을 수 없는 끈이다. 전우용 선생의 를 읽으며 한국사 또한 나처럼 수많은 일개 민초의 일생이 하나 하나 연결 되어 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인이라고 모두 위대하기만 했을까. 나처럼 있으나마나 한 사람도 있고 이순신, 김구 같은 큰 인물도 있었으며, 있어서는 안 될 사회악을 저지른 연쇄 살인범도 있다.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은 것은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글솜씨 때문이기도 하지만 많은 부분이 내가 경험했던 근대사이기 때문이다. 가령 탈 것을 보자면 가마나 인력거는 보지 못했으나 달구지, 삼륜차 등은 보고 자랐다. ..

네줄 冊 2019.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