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위험한 사전 - 전해자

마루안 2019. 11. 12. 19:35

 

 

 

슈디즘이란 무엇일까. 서점을 돌다가 호기심 가는 책을 지나치지 못했다. 말에 관한 책은 가능하면 읽으려고 하는 편이라 계획에 없는 책이 목록에 들어왔다. 중학생 영어 동사 활용법 설명처럼 호기심이 꼬리를 물면서 단숨에 읽힌다.

이 책을 쓴 전해자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의 이력은 나와 거리가 멀지만 책 내용은 공감이 갔다. 직업으로는 소통이 힘들겠지만 저서는 가능하다. 새디즘은 들어봤어도 슈디즘은 생소하다.

Should에서 파생된 단어인 모양이다. 슈디즘(Shouldism), 그냥 내 마음대로 당위주의라고 정했다. 일종의 열등감에 스스로 빠지는 언어 습관이라면 이해가 쉬울라나. 이것도 저자의 주장과는 약간 빗나갈 수 있겠다.

 

TV를 거의 안 보지만 시사 프로와 토론 프로를 좋아한다. <저널리즘 토크쇼>는 꼭 보고 <백분 토론>도 가끔 본다. 방송에 나오는 출연자들 언어 습관을 유심히 본다. 그중 가장 거슬리는 말이 개인적으로 어쩐다였다.

어떤 출연자가 "나는 개인적으로 그 영화를 좋아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그냥 "나는 그 영화를 좋아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라고 하면 안 되나? 왜 저 사람은 꼬박꼬박 개인적으로를 붙일까. 

나는 이것을 희한한 언어 습관이고 군더더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 그 언어 습관을 언급한다. 저자는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거나 까임방지용 안전 장치라고 두리뭉실하게 넘어갔지만 나는 이 단어를 군더더기라고 여긴다.

평소에 모든 일상을 우주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개인적으로는 없어도 되는 군더더기다. 사실은, 솔직히, 이런 단어도 마찬가지다. TV에서 토론하는 사람들 보면 이 단어 엄청 쓴다. 이 책에서는 <사실은>을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의도가 무엇이든 은근히 민망하고 고약한 말버릇이다. 앞에 한 말을 거짓으로 만들 수도 있으니, 자칫하다간 자기부정의 늪에 빠질 수도 있는 '말들의 검은 구멍'이다>. 저자가 제대로 짚었다. 평소에 거짓말을 잘 하기에 지금은 진짜라는 무의식에서 나오는 언어다.

 

이 외에도 책에 나오는 것 중 <같아요>, <다름이 아니라>, <다시는, 절대로, 죽어도> 등의 설명이 공감이 갔다. "맛있는 것 같아요." "기분 좋은 것 같아요." 등 자기 뇌에서 반응한 것을 그렇게 자신 없게 말한다. 정직한 내 혀가 느끼는 맛은 "맛이 있거나, 없거나, 아님 이맛도 저맛도 아니거나"다.

 

어쨌든 이 책을 읽고 나의 언어 습관을 돌아봤다. 나도 여러가지 열등감을 갖고 있다. 저자는 슈디즘을 <반드시 OO해야만 하고, 절대로 OO해서는 안 된다는 당위에 사로 잡힌 믿음이다>고 결론 내린다. 마치 독이거나 약이 거나다. 그래도 독과 약의 경계가 확실한 군더더기 언어 습관은 과감히 버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