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눈물은 한때 우리가 바다에 살았다는 흔적 - 김성장 시집

마루안 2019. 12. 20. 21:53

 

 

 

요즘 내가 가장 눈여겨 보는 출판사가 걷는사람이다. 시대적 유행인지는 몰라도 새로 설립한 출판사 중에 이름만 들어서는 책을 만드는 곳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걷는사람도 마찬가지다. 또 띄어쓰기를 해야 하나 붙여야 하나 헷갈린다.

문법상으로야 띄어 써야 하나 내 맘대로 붙여쓴다. 현택훈과 박서영 시집을 사면서 이 출판사는 나의 관심 출판사가 되었다. 새로 나온 시집이 있을 때마다 걷는사람 시집은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김성장 시집도 그렇게 만났다. 제목도 특이하지만 시인의 이력 또한 만만치 않다. 1959년 정지용의 고향인 옥천에서 태어났다. 류시화도 김성규도 옥천 출신 시인이다. 굳이 특정 지역을 논하는 것은 정지용 때문이다.

이 시집이 두 번째 시집으로 첫 시집을 내고 25년 만에 나왔다고 한다. 첫 번째 시집이 있다지만 내가 읽지 않았기에 이 시집이 내게는 첫 번째 시집이다. 첫 시부터 술술 읽힌다. 일단 시는 막히지 않고 읽혀야 한다.

그래야 무슨 소리를 하는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알 거 아닌가. 작금에 나오는 많은 시가 대체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는 시가 너무 많기에 하는 얘기다. 유행에 뒤떨어진 형광등 소리를 듣더라도 요즘 아이돌 노래 억지로 알고 싶지 않고 안 읽히는 시 용을 쓰면서 읽고 싶지 않다.

나는 활자 중독자이자 지독한 편식자다. 음식은 편식이 나쁘지만 독서는 아니다. 일단 편식으로도 읽을 책이 너무 많다. 내가 어디가서 아는 체 할 일도 없고 청중을 압도하며 강의할 일도 없다. 참 멋 없는 사람이다. 아니 더럽게 맛 없는 사람이다.

이 시집의 시는 대부분 몸에서 나왔다. 시를 읽다 보면 그 시가 손가락에서 나왔는지 몸에서 나왔는지 느낄 수 있다. 기교보다 의식이다. 이것도 내 느낌이기에 헛다리 짚었더라도 어쩔 수 없다. 시를 어떻게 읽느냐는 자고로 독자에게 달렸다.


시집을 덮으며 다음에 나올 시집은 최소 10 년은 걸리겠구나 생각했다. 시인은 25 년 간의 교사 생활 중에도 시 아닌 영역에 관심을 보였다. 서예가로 활동하며 전시회도 연 것으로 안다. 인생은 짧고 하고 싶은 것은 많다. 시인도 나도 그렇다. 시인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