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425

붉은 빛이 여전합니까 - 손택수 시집

모처럼 제대로 된 시집 하나 집중해서 읽었다. 한 편을 읽을 때마다 촉촉하게 가슴을 적시는 흡인력 있는 싯구가 침을 꼴깍꼴깍 삼키게 했다. 울림을 주는 시집이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손택수 시인은 등단 22년이 되었으나 이 책이 다섯 번째 시집이다. 한 권 정도 빼먹은 올림픽 주기로 시집을 낸 셈이다. 그래서일까. 이번 시집도 잘 숙성된 시가 독자를 감동 시킨다. 읽어보진 않았으나 얼마전에 시인은 동시집을 하나 내기도 했다. 그는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던 해에 다른 신문사에 동시를 출품해서 당선 되었다. 이전의 시집을 전부 읽긴 했어도 집중해서 읽은 것은 이 시집이 처음이다. 같은 시인의 시집도 언제 읽느냐에 따라 집중력과 감동이 다르다. 시집을 낸 출판사 또한 하나 빼..

네줄 冊 2020.06.23

증언 혐오 - 조정환

이 책은 자매 책이라고 할 수 있는 과 같이 읽었다. 쌍둥이 책이라고 해도 되겠다. 저자 조정환 선생은 많은 책을 썼지만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사람은 아니다. 나도 외에는 이 양반 책을 읽은 것이 처음이다. 이 책을 읽고 안도감과 함께 다소의 혼란이 왔다. 어떤 것이 진실인가. 호기심이 꼬리를 문다. 없는 시간 쪼개 다른 책도 읽었다. 윤지오가 쓴 , 서민 교수의 , 한학수 피디의 까지,, 투수가 던진 공 하나에도 한쪽은 분명 스트라이크라 하고 상대팀은 볼이라 여긴다. 하물며 장자연 사건은 오죽할까. 서 있는 곳과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진실과 거짓이 구분되고 있다. 장자연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분명 권력을 가진 사람에 의한 죽음이다. 이 죽음 뒤에 무엇이 감춰져 있을까. 조정환 선생은 이 책을 통해..

네줄 冊 2020.06.21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저녁이 오고 있다 - 우남정 시집

낯선 시집을 만나면 책 날개에 적힌 약력을 더 자세히 들여다 본다. 이 시집이 그랬다. 긴 제목을 달고 나온 첫 시집이다. 두어 편 읽으면서 이 사람 적어도 오십은 넘었겠구나 했다. 중간쯤 읽다 예순 살은 넘어야 보이는 시라고 여겼다. 맞다. 우남정 시인은 환갑이 넘은 여성 시인이다. 시인 약력에서 나이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할지 모르나 그것 또한 독자와 공감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초 정보다. 시인의 본명은 우옥자, 이 시집을 내기 전 본명으로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고 시집을 내기도 했다. 숨어 있는 시인에게 관심이 많은 탓에 뜻밖에 걸려 든 좋은 시집을 만나면 설렌다. 그냥 읽고 마는 시인이 아님을 직감하고 정보를 추가했다. 이 시집을 유심히 읽은 것도 시인의 본명에 유난히 정이 가고 시집 또한 공감 가는..

네줄 冊 2020.06.16

사람을 옹호하라 - 류은숙

이라는 책이 있었다. 유튜브에서 먹방을 즐겨 보는 사람은 이 책이 맛집 순례기로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인권운동가 류은숙이 자기 사무실 공부방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다. 격식을 갖춘 인터뷰가 아닌 술과 밥을 놓고 나눈 터라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요즘 정의연 윤미향 씨 논란을 보듯이 활동가들은 자기 신념이 없으면 지속하기가 힘들다. 윤미향 씨 30년 동안의 활동을 언론은 한순간에 파렴치범으로 만들어 매도를 한다. 그 운동을 폄훼하며 한쪽은 이용당했다 한탄한다. 가만히 뒀으면 잊혀졌을 무명 배우를 주연으로 발탁해 이름 알려줬더니 그동안 서운했던 것 차곡차곡 쌓아뒀다 자신을 이용했다며 감독을 매도하는 거나 진배 없다. 부부나 친구 사이에도 의견 충돌할 때마다 쌓인 미움 꼽자면 한이 없다. 그래서 나는 활..

네줄 冊 2020.06.12

예술인 복지에서 삶의 향유로 - 이범헌

난데 없는 코로나 사태로 일상이 완전히 바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물론이고 모르는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해졌다. 사람 많이 모이는 곳 자체를 꺼리다 보니 극장 나들이는 물론 미술관 안 간 지가 5개월쯤 되었다. 평소 여러 분야에 호기심이 많은 터라 유난히 활동량이 많은 편이다. 그 일상을 갑자기 멈추기가 쉽지 않다. 조금만 견디면 곧 예전으로 돌아가겠지 했으나 속절 없이 길어지고 있다. 국제선 비행기가 멈춰버린 일상을 생각이나 했겠는가. 설사 코로나가 종식 된다 해도 당분간 일상이 예전처럼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듯싶다. 어쩌면 영영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고 돌아가더라도 이 전염병을 계기로 사회 많은 부분에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일상이 변하면 문화도 변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

네줄 冊 2020.06.10

사이도 좋게 딱 - 황형철 시집

무작위로 꽂혀 있는 시집 코너에서 어떤 선을 긋고 나서 그 안에서 시집을 선택한다면 몇 권이나 고를 수 있을까. 나름 열심히 시를 읽으려고 하지만 열 권 중에 한 권 눈에 들어오면 대단한 행운이다. 시인의 유명세나 미디어 언급 빈도와는 별개다. 정해 놓은 것은 아니지만 보통 스무 권 중에서 한 권 정도의 확률이다. 시집을 선택하는 기준은 오직 내 마음에 들어오는 시로 한정한다. 가능한 이 땅의 모든 시집을 읽고 싶으나 아량을 베풀 시간이 없다. 읽을 것은 많고 시간은 없고, 활자를 받아들이는 내 눈은 점점 늙어간다. 이럴 때마다 싱싱했을 때 더 많은 책 읽을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왜 그리 싸돌아 댕기면서 게으름을 피웠나 몰라. 내겐 먹는 것이 남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 남는 것이다. 이 시집을 발..

네줄 冊 2020.06.08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프 - 김병운

지인 중에 연예계 동정을 쫙 꿰고 있는 사람이 있다. 술집이나 모임 자리에서 분위기가 가라앉거나 따분하다 싶으면 늘 그의 무대가 시작된다. 여배우 아무개는 무명 시절 남친과 동거를 했다는 둥, 요즘 뜨는 탈렌트의 흑역사를 설명하기도 한다. 남자 배우들의 게이설을 탐정처럼 말하기도 했다. 조폭 두목으로 나오기도 했던 액션 배우 아무개가 소문난 동성애자라든가. 누구와 누구는 서로 사귄단다. 에이 설마, 정말이야? 안 믿는 좌중을 향해 그는 열변을 토했다. 그쪽 판에서 아는 사람은 다 알아? 그의 연예 동정의 압권은 아무개 배우가 게이설을 잠재우기 위해 거짓 결혼을 했다는 거다. 상대 여배우 또한 그걸 알고 있단다. 이처럼 사람들은 자기 가족 소식보다 연예인들 일상을 더 궁금해 한다. 정치 쪽보다 연예계에 가..

네줄 冊 2020.06.07

천리 밖에서 나는 죽고 그대는 살아서 - 정창권

아주 시적인 제목을 달고 나온 는 추사 김정희 선생 가족의 한글 편지를 분석한 책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의 이름을 들었다. 추사체라는 유명한 글씨체로 귀양살이를 했던 학자 정도로 배웠다. 국보로 지정 되어 있는 그림 에서 김정희의 진면목을 볼 수도 있겠다. 많은 시인들의 시적 연구에도 인용되고 있는 그림이다. 그 단순한 그림에 그의 인생이 담겨 있다. 조선조 학자이기에 한문이 주된 글씨였겠지만 선생은 한글 문장도 남겼다. 이 책에서 다룬 그의 친필 언간(諺簡>이다. 언문으로 된 편지라는 뜻으로 당시 사대부들은 한글을 아녀자들이나 익히는 글자라고 무시했다. 책에서는 추사의 편지뿐 아니라 그의 가족들 편지를 두루 소개한다. 아버지 김노경, 아내, 며느리 등이다. 당대의 명문 집안답게 여자들도 문자를 익혔고..

네줄 冊 2020.06.02

거룩한 코미디 - 곽영신

책 출간 소식을 듣고부터 꼭 읽고 싶었던 책이다. 읽을 책 목록에 올려 놓고도 못 읽은 책이 어찌 이 책 뿐이랴만 요즘 코로나 정국에 맘 먹고 읽을 기회를 잡았다. 전대미문의 코로나 정국이 온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살면서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이다. 처음엔 몇 달 고생하면 되겠지 했는데 언제까지 이 난리를 겪어야 할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때일수록 조금씩 양보하고 불편을 감수하며 살면 언젠가는 벗어날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으로 산다. 지난 봄, 온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신천지 사태를 보면서 교회를 떠올렸다. 교회를 다니지 않기에 나는 어떤 교단이 정통이고 이단인지를 모른다. 이단이든 삼단이든 관심이 없다고 해야 맞겠다. 종교란 겉으로 보이는 건물보다 본인의 신앙심이 먼저라고 본다. 코로나 ..

네줄 冊 2020.05.28

지구별을 사랑하는 방법 100 - 김나나

채식주의자나 환경운동가를 유별난 사람으로 취급한 시절이 있었다. 채식주의자도 그만한 사연이 있을 테고 시민운동은 자신을 낮추고 희생하는 마음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모든 일이 안 하는 것은 쉽고 하는 것이 어렵다. 채식주의자든 환경운동가든 실천하는 당사자가 더 힘들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책은 환경운동가 김나나가 썼다. 김나나가 연예인 예명처럼 들려서 운동가로는 신뢰감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워낙 가짜뉴스와 사이비 언론이 판치는 시대여서 더욱 그렇다. 책 내용은 새로울 것 없는 익히 알려진 이야기다. 굳이 후기를 쓰는 건 저자의 실천하는 행동도 아름답지만 내용이 지구 살리는데 꼭 필요한 일들이기 때문이다. 지구는 자기를 살려달라고 한 적이 없다. 지구는 가만히 있는데 인간이 자신의 편리를 위해..

네줄 冊 2020.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