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증언 혐오 - 조정환

마루안 2020. 6. 21. 19:08

 

 

 

이 책은 자매 책이라고 할 수 있는 <까판의 문법>과 같이 읽었다. 쌍둥이 책이라고 해도 되겠다. 저자 조정환 선생은 많은 책을 썼지만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사람은 아니다. 나도 <예술인간의 탄생> 외에는 이 양반 책을 읽은 것이 처음이다.

이 책을 읽고 안도감과 함께 다소의 혼란이 왔다. 어떤 것이 진실인가. 호기심이 꼬리를 문다. 없는 시간 쪼개 다른 책도 읽었다. 윤지오가 쓴 <13번째 증언>, 서민 교수의 <윤지오 사기극과 그 공범들>, 한학수 피디의 <진실, 그것을 믿었다>까지,,

투수가 던진 공 하나에도 한쪽은 분명 스트라이크라 하고 상대팀은 볼이라 여긴다. 하물며 장자연 사건은 오죽할까. 서 있는 곳과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진실과 거짓이 구분되고 있다. 장자연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분명 권력을 가진 사람에 의한 죽음이다.

이 죽음 뒤에 무엇이 감춰져 있을까. 조정환 선생은 이 책을 통해 장자연 사건의 증언자 윤지오를 옹호하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윤지오의 증언에 미심쩍은 시선을 갖고 있었다. 서민의 말대로 윤지오는 덜 떨어진 사기꾼에 불과한 걸까.

작년 봄, 윤지오가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JTBC 뉴스룸,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왔을 때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이후 진행된 과정이 급변했고 모든 언론이 윤지오의 증언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그때 나도 흔들렸다. 정말 윤지오는 서민 말대로 사기꾼일까.

나는 조선일보의 보도를 믿지 않지만 조선일보가 나쁜 신문이라는 말은 믿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조정환 선생의 주장에 설득 되었다. 서민 교수 시각에서 보자면 나도 윤지오 사기극에 공범이 된 셈이다. 믿는 것도 일종의 공범이다.

아직도 황우석의 줄기세포를 믿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일부는 윤지오가 사기꾼이라 믿는다. 5.18때 북한 특수부대원이 내려와 광주를 장악했다는 지만원의 광수 주장을 믿는 사람도 있다. 조정환 선생은 빙빙 돌리지 않고 자기 주장을 확실히 한다.

장자연 리스트는 있었고 그걸 봤다는 윤지오의 증언을 옹호한다. 그리고 윤지오 증언의 대척점에 있는 김수민 작가, 김대오 기자, 박훈 변호사, 서민 교수, 박준영 변호사까지 차례로 소환해서 조목조목 반박한다. 나는 그의 논리적인 반박에 입을 다물었다.

두 책에는 이런 문구가 부제로 달렸다. <탈진실 시대에 공통진실 찾기>, <살아남은 증언자를 매장하는 탈진실의 권력 기술>이다. 이 책으로 인해 장자연 사건의 진실과 윤지오의 증언 논란이 정리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단 이 책의 출간을 불편해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은 분명하다. 많은 언론에서 출간 소식을 외면하거나 아예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유다. 영화 제보자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국익이 먼저냐, 진실이 먼저냐. 이 책 속에도 그 대답이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