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내게 책이 없었다면 인생이 얼마나 삭막했을까. 분명 그랬을 것이다. 특히 시집이 그렇다. 영국에 살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시를 읽으며 달랬다. 당시 한 직원 때문에 한동안 불면증이 올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했다. 잠을 못 자 몽롱한 정신에도 시를 읽으면 마음이 진정 되었다. 천양희 시집이 그랬다. 한국에 왔다 돌아갈 때마다 몇 권의 시집을 꼭 챙겼다. 일단 오래 읽을 수 있어서 시집이 좋았다. 그 속에 천양희 시집이 있었다. 2017년, 15년 만에 돌아와서 그동안 밀렸던 시집을 찾아 읽었다. 먹고 싶은 한국 음식은 없는데 읽고 싶었던 시집은 많았다. 시에 대한 갈증이랄까. 천양희 시집을 찬찬히 다시 읽는 계기가 되었다. 물도 급히 먹으면 체하듯 시도 급히 읽으면 사레가 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