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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든 무, 내 마음에게 - 이창숙

바람 든 무, 내 마음에게 - 이창숙 가만히 이삿짐을 꾸린다 빈 차, 어디서 불러올까 내가 전화하면 골목, 여기 내가 사는 곳으로 달려와 줄까 그 사람은 지금 기쁨일까 슬픔일까 그냥 달려와 나의 주소 앞에서 기다리겠지 기다리다가 기쁨도 슬픔도 없이 무덤덤하게 내 무거운 마음 보따리를 바쁘게 싣기만 하겠지 나는 쳐다만 보고 있겠지 나는 그가 실은 짐 하나씩을 도로 내 주소 앞에 얼른 내려놓겠지 그는 화를 내겠지 그럼 나는 울고 서 있겠지 어디 후미진 곳에, 이십 수년을 붙잡고 있던 형체도 없는 그 무엇을 떨쳐 버릴 수 없다며 미안한 마음 가득 얹어 제발 떠나 달라고 나는 그 앞에서 무릎 꿇겠지 그는 '왜 사느냐'고 비웃으며 인사도 없이 큰길로 차를 몰겠지 나는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은 바람 든 무 같은 내 ..

한줄 詩 2013.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