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 - 김명인 가을 산 - 김명인 마침내 이루지 못한 꿈은 무엇인가 불붙는 가을 산 저무는 나무등걸에 기대서면 내 사람아, 때로는 사슬이 되던 젊은 날의 사랑도 눈물에 스척이는 몇 장 채색의 낙엽들 더불어 살아갈 것 이제 하나둘씩 사라진 뒤에 여름날의 배반은 새삼 가슴 아플까 저토록 많은 그리.. 한줄 詩 2013.01.05
화양연화(花樣年華) - 이병률 화양연화(花樣年華) - 이병률 줄자와 연필이 놓여 있는 거리 그 거리에 바람이 오면 경계가 서고 묵직한 잡지 귀퉁이와 주전자 뚜껑 사이 그 사이에 먼지가 앉으면 소식이 되는데 뭐 하러 집기를 다 들어내고 마음을 닫는가 전파사와 미장원을 나누는 붉은 벽 그 새로 담쟁이 넝쿨이 오르.. 한줄 詩 2013.01.05
수선화에게 - 정호승 수선화에게 -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 한줄 詩 2012.12.31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고정희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고정희 - 편지 10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목을 길게 뽑고 두 눈을 깊게 뜨고 저 가슴 밑바닥에 고여 있는 저음으로 첼로를 켜며 비장한 밤의 첼로를 켜며 두 팔 가득 넘치는 외로움 너머로 네가 그리우.. 한줄 詩 2012.12.31
아도니스를 위한 연가 - 최영미 아도니스를 위한 연가 - 최영미 너의 인생에도 한 번쯤 휑한 바람이 불었겠지 바람에 갈대숲이 누울 때처럼 먹구름에 달무리 질 때처럼 남자가 여자를 지나간 자리처럼 시리고 아픈 흔적을 남겼을까 너의 몸 골목골목 너의 뼈 굽이굽이 상처가 호수처럼 괴어 있을까 너의 젊은 이마에도 .. 한줄 詩 2012.12.31
영혼의 순도(純度) - 정일근 영혼의 순도(純度) - 정일근 오래 살았다는 개의 눈을 들여다보다 오금 저린다. 어느 생이었거나 이번 생에서 한 번은 마주쳤던 저 눈빛 나를 본다 개의 눈빛 속에 숨어 있는 인연의 눈빛이 읽힌다 우리는 분명 아는 사이였을 것이다 내가 입고 사는 사람의 가죽이나 개가 덮어 쓰고 사는 .. 한줄 詩 2012.12.31
해는 기울고 - 김규동 해는 기울고 - 김규동 운명 기쁨도 슬픔도 가거라 폭풍이 몰아친다 오,폭풍이 몰아친다 이 넋의 고요 인연 사랑이 식기 전에 가야하는 것을 낙엽 지면 찬서리 내리는 것을 당부 가는 데까지 가거라 가다 막히면 앉아서 쉬거라 쉬다 보면 보이리 길이 *시집, 느릅나무에게, 창작과비평 송년.. 한줄 詩 2012.12.31
런던의 마르크스와 만델라 런던의 북쪽 교외에 자리한 하이게이트 공동묘지에는 마르크스가 묻혀 있다. 원래 그의 조국은 독일이다. 고향은 룩셈부르그와 프랑스의 접경 지역에 위치한 라는 곳이다. 그러나 말년을 영국에서 보내다 세상을 떠난 곳이 런던이기에 그의 무덤이 런던에 자리하고 있다. 여기 외에도 런던 곳곳에 맑스의 흔적이 남아 있는데 내가 영국 땅을 처음 밟고 가장 먼저 가본 곳이 바로 마르크스의 무덤이 있는 이곳이다. 문화의 차이겠지만 이곳의 공동묘지는 우리처럼 으스시한 곳이 아니라 노부부가 손잡고 산책을 하거나 심지어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들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공원이다. 밖에서 보면 이곳이 묘지라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아름드리 나무가 빼곡한 숲일 뿐이다. 거기다 공동묘지 담장 바로 너머에는 주택가가 즐비하고 묘.. 여섯 行 2012.12.31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 - 여림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 - 여림 종일,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근데 손뼉을 칠 만한 이유는 좀체 떠오르지 않았어요. 소포를 부치고, 빈 마음 한 줄 같이 동봉하고 돌아서 뜻 모르게 뚝, 떨구어지던 누운물. 저녁 무렵, 지는 해를 붙잡고 가슴 허허다가 끊어버린 .. 한줄 詩 2012.12.31
사평역에서 - 곽재구 사평역에서 -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 한줄 詩 2012.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