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운구는 내가 좋아하는 사진가다. 그의 사진집을 마치 기독교 신자가 성경 읽듯 틈틈히 들여다 본다. 마을 3부작, 우연 또는 필연, 저녁에 등은 한국 사진이 낳은 걸작으로 손색이 없다. 그의 사진은 보면서도 한편으로 읽어야 한다. 인문학적 사진 접근이다.
시적인 사진에서 때론 우울함이 묻어난다. 그의 사진을 처음 봤을 때 느꼈던 우울함은 아직도 계속이다. 그냥 찍지 않은 사진임을 단박에 느낄 수 있다. 유행을 타지도 그렇다고 남이 하는 걸 따라 하지도 않는다. 어쩌면 일행에서 뒤쳐진 낙오자의 쓸쓸함을 홀로 즐기면서 사진 작업을 하는지도 모른다.
강운구 선생의 삶에 대해서는 잘 모르나 찍은 사진이나 사진에 곁들인 글을 보면 그가 비주류임을 알 수 있다. 어디에 소속되지 않고 자유로운 작업을 한다. 그의 많은 사진에서 고독에 쩐 작가의 성품이 묻어난다. 대충 하지 않는 참 예술가의 표본이다.
그래서 비싼 카메라 들고 들개처럼 떼로 몰려다니는 풍경 사진가들과는 차원이 다른 작품이다. 사진이 찍는다고 다 사진이 아니듯 풍경도 사람도 누가 찍느냐에 따라 예술 사진과 그냥 사진으로 나뉜다. 사진가도 서 있는 방향과 인문학적 소양이 중요한 이유다.
이번 전시 사진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다. 필름 카메라로 오랜 기간 암실 작업을 해온 그에게 낯선 작업이자 흥미있는 여행이다. 흑백 사진이 대부분이던 기존의 작품과 달리 이번 전시는 칼러 사진도 여럿 전시되고 있다.
네모 그림자라는 전시 제목도 좋다. 네모 그림자가 불가능할 것 같은 단어 조합이지만 사진을 보면 맞는 말처럼 느껴진다. 오래도록 들여다 보게 만드는 사진에서 여전히 쓸쓸함이 묻어난다. 나는 왜 그의 사진에서 항상 쓸쓸함을 느끼는 걸까. 기억에 남을 좋은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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