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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인문학 - 김찬호

오래전에 읽고 싶었던 책을 이제야 읽었다. 책도 인연이란 게 있어서 때를 놓치면 다시 잡기가 쉽지 않다. 읽어야 할 도서목록에 벌써부터 올려 놓고도 이런저런 이유로 뒤로 밀리다 보니 몇 년이 흘렀다. 김찬호 교수의 책은 대체로 읽는 편이다. 그의 책은 쉽게 쓰기 때문인지 읽으면서 금방 이해가 되면서 술술 읽히는 매력이 있다. 가령 세상에 공짜란 없다고 말하면서 숫자의 함정에 대한 부분에서 경제용어인 분식회계를 언급한다. 많이 들어봤으나 딱부러지게 설명을 못 하는 용어인데 분식은 분을 바르고 장식한다는 뜻이라는 말로 이 경제용어를 바로 이해시킨다. 고로 분식회계란 예쁘게 꾸며 속이는 회계장부인 것이다. 맞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 공짜라는 단어 뒤에는 뒷통수를 치는 속임수가 들어있거나 나중 더 큰 이익을 ..

네줄 冊 2017.11.30

지상을 거슬러오르는 꿈 - 이소암

지상을 거슬러오르는 꿈 - 이소암 가슴 속 저벅거리며 그대 건너 간다 그 발자국에 고여, 말없이 흔들리는 슬픔을 데리고 나는 또 어디론가 흘러가야 한다 한때 지상을 거슬러오르는 꿈꾼 적 있었다 등비늘 꺾인 채 돌아와 실눈을 뜨면 아침은 빚쟁이처럼 지켜 서 있고 나는 그 때마다 서둘러 낮게 더 낮게, 저 아름다운 세상이 내놓은 그림자같이 흘러야 했다 내가 젖으면 그대 또한 젖는다 흘러가다 이렇게 흘러가다가 찬란히 몸 휘감는 겨울밤 만나면 혹 아는가, 그대 젖지 않고 건너도 될 길이 될지 *시집, 내 몸에 푸른 잎, 시문학사 사랑한 만큼 - 이소암 모악산 입구, 은행나무 한때의 기억들 낱낱이 발 아래 떨군 채 긴 생각에 잠겨 있다 생각나는 것이 많을수록 눅음은 그만큼 가까워진 것 무엇이 두려운가, 눈부신 젊..

한줄 詩 2017.11.30

택시 운전사 - 장훈

1980년 광주항쟁을 배경으로 사건이 있는 곳은 어디든 가는 독일인 기자 와 손님이 가자면 어디든 가는 택시운전사 의 이야기다. 서울에서 딸을 홀로 키우며 가난하지만 소박하게 사는 택시운전사 만섭이 어느 날 광주로 가는 장거리 손님을 태운다. 태워다 주기만 하면 큰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갔는데 광주는 이미 군대가 주둔해 있다. 시위대를 무차별 진압하고 민간인까지 가리지 않고 죽이는 실태를 보고 도망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외국인 기자는 위험을 무릅쓰고 취재를 고집한다. 의협심이고 뭐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딸을 생각하며 광주를 빠져나오던 만섭은 다시 광주로 차를 돌린다. 취재를 돕고 광주 사람들의 소박한 인심을 경험한 만섭은 혼란의 도시 광주에서 잠시 사람 냄새를 맡는다. 만섭은 무사히 외국인 ..

세줄 映 2017.11.30

슬픔을 말리다 - 박승민 시집

박승민은 첫 시집을 유심히 읽었던 시인이라 가슴 한 켠에 담아두고 있었다. 그때 슬픔을 참 맑게 걸러낼 줄 아는 시인이구나 했다. 잊고 있던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을 읽었다. 슬픔을 잘 걸러내는 시인답게 제목도 다. 이 시인과 딱 어울리는 제목이다. 영화든 책이든 한 번 꽂히면 그 사람의 작품을 뿌리까지 파헤치며 읽는 편이다. 박승민 시인도 첫 시집에서 너무 인상적이어서 두 번째 시집을 기대하고 있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좋은 작품이 많이 실렸다. 빠지는 시가 없을 만큼 고른 시편이다. 라는 제목에서 말리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습기를 제거하기 위해 말리는(乾燥) 것일 수도 있겠고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말리는(制止) 것일 수도 있겠다. 나는 이 시집을 읽고 슬픔에 젖은 시인은 말리고(乾燥), 슬픔을 만..

네줄 冊 2017.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