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을 거슬러오르는 꿈 - 이소암
가슴 속 저벅거리며 그대 건너 간다
그 발자국에 고여, 말없이
흔들리는 슬픔을 데리고
나는 또 어디론가 흘러가야 한다
한때 지상을 거슬러오르는 꿈꾼 적 있었다
등비늘 꺾인 채 돌아와 실눈을 뜨면
아침은 빚쟁이처럼 지켜 서 있고
나는 그 때마다 서둘러
낮게 더 낮게, 저 아름다운 세상이
내놓은 그림자같이 흘러야 했다
내가 젖으면 그대 또한 젖는다
흘러가다 이렇게 흘러가다가
찬란히 몸 휘감는 겨울밤 만나면
혹 아는가, 그대
젖지 않고 건너도 될 길이 될지
*시집, 내 몸에 푸른 잎, 시문학사
사랑한 만큼 - 이소암
모악산 입구, 은행나무
한때의 기억들
낱낱이 발 아래 떨군 채
긴 생각에 잠겨 있다
생각나는 것이 많을수록
눅음은 그만큼 가까워진 것
무엇이 두려운가,
눈부신 젊은 날
사랑한 만큼
꼭 그만큼만
잊고 가면 되는 것을
*시인의 말
'페르소나'(persona)의 최소화!
이것은
내 인생의 목표이자
내 시의 정점(頂點)이다.
'한줄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희망에게 - 유영금 (0) | 2017.12.01 |
---|---|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 (0) | 2017.11.30 |
쇼 하지 마라 - 김왕노 (0) | 2017.11.30 |
꽃놀이패에 걸리다 - 박지웅 (0) | 2017.11.30 |
참회록 - 허연 (0) | 2017.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