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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죽도록 사랑하기도 전에 - 박남원

너를 죽도록 사랑하기도 전에 - 박남원 너를 미처 사랑하기도 전에 마음속에는 비가 내렸고 너를 미처 사랑하기도 전에 세상은 이미 가득 젖었다. 너를 죽도록 사랑하기도 전에 또한 세상의 가로등은 하나둘 꺼지고 너를 죽도록 사랑하기도 전에 사람들은 항구를 떠나 바다 끝으로 사라졌다. 어찌 눈물 흘릴 사이가 있었겠느냐. 어찌 세상 탓할 사이가 있었겠느냐. 봄이 오기 전에 봄꽃은 지고 개여울물 흐르기도 전에 봄조차 다 가버린 것을 *시집, 캄캄한 지상, 문학과경계사 병실에서 - 박남원 세상을 너무 깊이 사랑했던 것이 탈이었다. 그냥 잠시 문이나 열고 들어가 손이나 한번 잡고 말 것을 입고 있던 외투마저 벗어놓지는 말아야 했을 것을.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보다도 세상을 사랑하기까지는 갈대가 바람을 사랑하는 것만..

한줄 詩 2017.11.30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누구일까

혼자라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자위하면서도 때론 막막함이 밀려올 때가 있다. 막상 전화기를 누르려고 하면 내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그것도 내가 사람 농사를 잘 짓지 못한 결과다. 그렇더라도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런 생각을 해본다. 과연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누구인가.

열줄 哀 2017.11.30

시인의 사랑 - 김양희

제주에서 나고 자란 마흔 살의 시인이 있다. 특별한 시인 기질도 없고 변변한 직장도 없지만 억척스런 마누라 덕에 생활비 걱정 없이 산다. 그리고 마누라만이 자기를 세상에서 제일 잘난 남자로 알고 시인을 극진히 내조한다. 남편은 생활력이 없는 데다 무정자증에다 섹스에도 별로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불임시술 병원이라면 질색팔색하는 남편을 데리고 병원을 들락거리며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하는 아내다. 백수 남편이지만 아내는 시인이 옆에 있어만 줘도 마냥 행복하다. 시인은 아내가 너무 자기에게 집착하는 것이 되레 부담이다. 시도 잘 써지지 않는다. 동인끼리 만난 시 품평회에서도 그의 시는 혹평을 받기 일쑤다. 풀 죽은 남편의 기를 살리기 위한 아내의 빽으로 초등학교에 일일 선생으로 시인이 초대 되..

세줄 映 2017.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