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쇼 하지 마라 - 김왕노

마루안 2017. 11. 30. 20:07



쇼 하지마라 - 김왕노


 
한때는 쿵쾅거리는 심장으로
너를 기다리기도 했다.
너에게 미쳐서
고함지르기도 했다.
암표를 사서라도 너를 보려 했다.
사람이 웅성거리면
너에 대한 사랑이라고
네가 떠나 사람이 흩어지면
다음을 기약하며 떠나는
아쉬운 작별이라고
숱한 미사여구를 찾아서 네게 갔다가 붙이던
한때 너에 대한 집착
한때 너에 대한 열광
한때 너를 향한 추종
하나 쇼 하지 마라
너에게 미쳐 있는 동안 너는 멀리 떠나고 있었다.
다시 건널 수 없는 이별의 깊은 강을 만들고 있었다.



*시집, <사랑, 그 백년에 대하여>, 천년의시작

 

 






사랑, 그 백년에 대하여 - 김왕노



이별이나 상처가 생겼을 때는 백년이 참 지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로 쓰린 몸에 감각에 눈물에 스쳐가는 세월이 무심하다 생각했습니다.
백년 산다는 것은
백년의 고통뿐이라 생각했습니다.
차라리 상처고 아픔이고 슬픔이고 다 벗어버리고
어둠 속에 드러누워 있는 것이 축복이라 했습니다.
밑둥치 물에 빠뜨리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엉거주춤 죽어지내듯 사는 주산지 왕버들 같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알고부터 백년은 너무 짧다 생각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 익히는데도
백년은 갈 거라 하고 손 한 번 잡는데도 백 년이 갈 거라 생각했습니다.
마주 보고 웃는데도 백년이 갈 거라 생각했습니다.
백년 동안 사랑으로 부풀어 오른 마음이
꽃 피우는데도 백년이 갈 거라 생각했습니다.


사랑 속 백년은 참 터무니없이 짧습니다.
사랑 속 천년도 하루 햇살 같은 것입니다.